이 기사는 2012년 09월 28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흘러간 3개월이었다. 3분기 주식자본시장(ECM)은 증시 참여자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맞서 싸우기보다 순응하는 길을 택했음을 보여줬다.무엇보다 경기와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공개(IPO) 거래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공모 규모가 2008년 리먼 사태 때만도 못했다. 유상증자(FO)와 블록딜 거래 규모도 1년 전보다 30~60%가량 축소됐다. 주식연계증권(ELB) 시장도 우울하긴 마찬가지. 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시장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이며 거래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했다.
28일 머니투데이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3분기 ECM 규모는 총 4조2247억 원(220건)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43% 감소했다. 2분기(5조5460억 원)보다도 23.8% 줄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중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전반에 걸쳐 거래가 움츠러들었다.
동시에 지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같은 해 3분기에 기록한 4조3480억 원보다도 규모가 더 작다. 당시 거래 부진은 전분기 삼성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의 잇단 상장으로 증시가 활황기였던데 따른 기저효과였다. 하지만 현 침체기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추세화돼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가 각종 ECM 거래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IPO의 경우 밸류에이션 산정시 이미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흐름에 영향을 받는데, 최근 상장사 주가가 급락세이다 보니 기업들이 너도나도 IPO 계획을 미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가가 떨어지면 상장기업의 지분가치 또한 하락하는 만큼 유상증자 등 기타 자본시장 거래에도 적극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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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유형별로 유상증자 부문의 거래비중(금액 기준)이 47%로 가장 컸다. 이어 블록딜(29%)과 ELB(20.73%) 순으로 자리를 채웠다. IPO 거래비중은 3%에도 못 미쳤다.
올 들어 침체가 가속화된 IPO 시장은 3분기에 이르러 거래 감소폭이 극에 달했다. 3분기 IPO 거래는 총 9건이 이뤄졌고 규모는 12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3536억 원(12건) 대비 65% 급감한 수치다. 게다가 지난 1분기 2833억 원(6건)과 2분기 1755억 원(4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올 들어 가장 취약한 모습을 나타냈다.
IPO 규모는 4년 전 금융위기 때보다도 작았다. 미국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진 2008년 3분기 국내 IPO 발행금액은 2642억 원(12건)이었다. 당시 최대 IPO 딜로 꼽힌 LG이노텍의 공모 규모는 1377억 원으로 준척(準尺)급이었지만 올 3분기 공모기업들의 발행 규모 총계(1239억 원)보다 액수가 컸다. 그만큼 IPO 시장이 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IPO 시장은 이미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며 "과거 금융위기에 따른 급락장을 경험한 기업들이 경기침체가 좀체 걷힐 조짐을 보이지 않자 너도나도 상장 계획을 철회 또는 연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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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거래 또한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거래 규모는 총 1조9920억 원(122건)으로 전년 동기 2조8755억 원(127건)보다 30.7% 감소했다. 2분기 3조3129억 원(147건) 대비 감소폭은(40%) 더 컸다. 미국·유럽 시장 침체로 국내 증시가 급락장세를 거듭하자 유증 공모 청약에서 미매각분이 발생, 목표로 한 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증자 계획을 미루는 사례가 속출했다.
ELB 시장 규모는 2분기(7424억 원)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1조 원대를 밑돌았다. 3분기 ELB 거래는 BW 7180억 원, 전환사채(CB) 1576억 원 등 총 875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조3208억 원(97건)보다 33.7% 감소했다. CB와 교환사채(EB) 발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1년 전에 비해 CB 발행 규모가 68% 급감한 데다 올 3분기 EB 발행은 전무했다.
그나마 거래 활기가 유지된 영역은 BW 부문이었다. 3분기 BW 발행 규모는 7180억 원(55건)으로 전년 동기 4988억 원(60건)보다 44% 늘었다. 이는 전분기 5862억 원(70건)보다도 22.4% 증가한 수치다. 거래건수는 55건으로 전분기·전년 동기보다 적었지만 STX그룹 계열사들의 잇단 자금 조달에 힘입어 전체 거래 영역 중 유일하게 외형을 키웠다.그룹 내 지주사인 (주)STX가 1000억 원, 주요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이 2000억 원 규모의 BW를 각각 발행, 총 3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분리형 BW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일단 발행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IB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분기 블록딜 규모는 1조2330억 원(6건)으로 전년 동기(2조8540억 원, 5건) 및 전기(1조3151억 원, 6건) 대비 거래금액이 모두 감소했다. 주요 딜로는 현대중공업의 7047억 원 규모 현대자동차 지분 매각, 노르웨이 해운사인 빌 빌헴슨(Wilh. Wihelmsen ASA)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2.5%(1964억 원) 매각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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