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1월 06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EFCH)의 홍콩증시 상장 준비가 지지부진하다. 대표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가 선정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선 "EFCH 측이 상장 계획을 또 다시 철회한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EFCH는 지난 2008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 UBS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수요예측까지 실시한 상태에서 공모가가 기대 이하라는 이유로 상장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 당시 수수료도 챙겨받지 못한 주관사단으로부터 "밸류에이션 로직 등 IPO(기업공개)에 필요한 내용을 다 받아보고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6일 IB업계에 따르면 EFCH는 7월 말 CS를 대표주관사로 단독 선정한 이래 주관사 계약 체결과 킥오프(kick off) 미팅은 물론 기업실사 작업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회사가 과연 IPO를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조차 의문을 보내고 있다.
IB업계에선 "상장 준비가 더뎌지는 것은 그만큼 EFCH가 당장은 상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초까지 EFCH IPO는 LA다저스와 CBI 인수 등 이랜드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 이슈와 직결된 이벤트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M&A 자금을 IPO를 통해 마련코자 한 것. 하지만 앞선 인수건들이 불발되면서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명분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두 달여 전 무산된 쌍용건설 인수건도 마찬가지. 당시 이랜드 측은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프리 IPO(상장 전 투자)를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하나대투증권을 자문사로 내세웠으나 현재껏 이렇다할 진전이 보이질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 온 이랜드그룹이 IPO를 앞둔 계열사(EFCH)의 공모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M&A 이벤트를 활용하려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글로벌 M&A를 활발히 추진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가치가 높은 편"이라며 "EFCH도 같은 효과를 노리기 위해 M&A 시장에서 다양한 딜을 성사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과거 인수를 타진한 LA다저스나 CBI처럼 매력적인 물건이 시장에 나올 때까진 '간보 듯' 공모가치만 확인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EFCH는 이번 IPO에서 프라다와 같은 고급 의류 브랜드급 가치(PER 약 26배)를 인정받길 원하고 있다.
EFCH가 CS와의 주관사 계약 체결 일정 등을 미뤄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사측은 향후 상장 시점이 보다 가시화되면 공동주관사 등 주관사단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해외 IB들도 주관사 선정 경쟁이 여전히 진행형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FCH가 CS를 단독 주관사로 선정해 놓고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은 다른 IB들에게 '만족할 만한 최대의 값어치를 제시해보라'고 시험하는 것에 가깝다"며 "가격을 충분히 재본 뒤 내년 상장 시점이 가까워지면 주관사를 한두 군데 더 모집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회사가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타이밍을 봐가면서 재무 상태에 대한 리뷰만 진행하고 있다"며 "2012년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초쯤 본격적인 실사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마도 내년 상반기는 건너뛰어야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장에 대한 기본 전략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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