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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웅진에 '덮친' 규제, 부동산금융 "유동화 너마저…" 웅진쇼크로 PF- ABCP 시장 '휘청' ...사모발행 규제 대형건설사도 차환위험 노출

길진홍 기자공개 2013-01-09 10:27:33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9호) : 2013 Korea Capital Market Outlook 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9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 부동산 PF 부서장들은 2013년 실적 목표치를 잡지도 못할 상황이다. PF 대출잔액은 3년새 반토막이 났지만, 부실채권 처리는 더디기만 하다. 그나마 호황이던 자산유동화 시장은 웅진 사태이후 개점휴업 상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P 발행규제도 눈앞에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부동산금융을 업으로 삼는 종사자들은 요새 마음이 편치 않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기는커녕 해마다 악화되면서 한숨만 나올 지경이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해 구조조정 명단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은행과 증권·자산운용 업계 부동산금융 부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멈춰서면서 아사 직전에 몰렸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신규 개발사업이 끊기면서 부동산금융시장에서 자문과 주선 등의 IB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시중은행도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해마다 개발사업 대출규모를 줄이고 있다. PF 대출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사후관리에 치중하면서 일손을 놓다시피 했다.

2012년 9월 '웅진그룹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부동산 금융시장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자 이탈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PF 유동화증권(ABS·ABCP) 시장마저 큰 타격을 받았다.

건설사들은 좌불안석이다. 부동산금융시장의 붕괴는 자금조달의 주체인 건설업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동안 '돈맥경화(credit crunch)'로 크고 작은 건설사들이 쓰러졌다. 이제는 대형건설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2013년 부동산금융시장은 더욱 암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감독당국이 기업어음(CP) 발행시장에 본격적인 칼을 들이댄다.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로 사모형태의 1년 이상 장기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이 더욱 어렵게 됐다. 단기물 ABCP도 신탁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모집한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건설업계에 남은 마지막 자금조달 수단이 막힐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은행 PF, 익스포저 감소 불구 부실채권비율 두 자릿수

시중은행 부동산PF 담당 부서장들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황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마다 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업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당장 2013년 실적 목표치를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다. 리스크 관리부서에서는 부동산PF 부실채권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PF 대출잔액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부실채권 처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국내 은행 PF 부실채권비율은 10%를 웃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윗선으로부터 당분간 IB업무를 자제하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그렇다고 일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처지이다. 결국엔 우량 건설사가 신용을 보강했거나 사업위험이 덜한 PF 사업장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회피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2008년 리먼 파산 후 과도한 PF 우발채무로 홍역을 치른 대형건설사들은 신용보강을 동반한 PF 사업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다. 일례로 용인 남사지구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의 경우 PF 대출을 일으키지 않고 자기자본으로 4000억 원의 사업비를 직접 투입했다. 지급보증도 부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신용등급이 부실한 건설사에 무턱대고 대출을 해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신용도가 높은 우량 건설사는 돈을 마다하고, 한계기업에 몰린 건설사에 돈을 풀 수가 없으니 은행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니 PF 대출규모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국내 은행(시중은행·특수은행 ·지방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12년 9월말 기준 25조8000억 원에 달한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 51조 원에서 무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PF 사업 익스포저가 컸던 국민은행의 경우 대출잔액이 같은 기간 6조3000억 원에서 2조9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2013년에도 은행 PF 대출잔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보증기관이 PF 보증서를 끊어주거나 미분양담보대출확약으로 신용을 보강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대출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정부 청사 이전 호재가 있는 세종시와 수도권 일부 신도시에 한해 PF 대출이 예상된다. 앞서 호반건설과 한양, 중흥건설 등이 세종시에 진출해 은행 PF 대출을 성사시켰다. 이밖에 한신공영과 동부건설 등이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PF 보증서를 발급받아 보릿고개를 넘겼다. 대우건설과 SK건설 등의 일부 대형건설사는 책임준공과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을 결합한 PF 대출을 선보였다.

매거진 부동산PF잔액 1
(자료:금융감독원)

◇PF-ABCP 잔치는 끝났다…웅진 사태 후 '개점휴업'

은행의 PF 대출이 감소한 반면 자산유동화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은행의 익스포저 축소와 맞물려 감독당국이 사후관리를 강화하면서 건설사들이 대거 직접금융시장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A1등급을 보유한 대형건설사들도 이자절감을 위해 은행 빚을 갚고 ABCP로 갈아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위기 파고가 휩쓸고 간 2010년 한해 동안 발행된 PF 유동화증권의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16조8000억 원에 달한다.

2012년 상반기에도 PF 유동화증권 발행이 늘었다. 신규 발행규모가 6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6조6000억 원)에 비해 증가했다. 등급별로는 A1등급 건설사 발행물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A2+등급의 발행금액도 늘었다. 롯데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A2+등급을 보유한 건설사들의 시장 참여가 활발했다. 한라건설, 한화건설 등 A2-등급을 보유한 건설사들도 ABCP 발행이 꾸준했다.

이 같은 자산유동화 시장의 양적팽창은 증권사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신규 개발사업 중단으로 줄어든 일감을 대체하는 역할을 했다. 건설사들에게도 자금조달의 원천이 됐다. 자산유동화시장은 증권업계와 건설업계 모두 시장 침체를 피해 살아남을 유일한 탈출구였다.

잘나가던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은 그러나 웅진그룹 사태 이후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극동건설의 모회사인 웅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다. 2012년 초 만해도 신용등급이 A3등급인 중견건설사의 장기물 ABCP가 시장에 소화됐으나 하반기 거래가 아예 중단됐다. 살림살이가 나은 대형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A2+등급 대형건설사 단기물 발행금리가 웅진그룹 사태 직후 50bp이상 높은 5%가까이 치솟았다.

신용등급이 그 이하인 건설사의 경우 증권사가 총액인수를 하지 않고서는 발행이 불가능하다. 다만 한라건설 등의 일부 그룹계열사를 중심으로 10% 가까운 고금리에 물량이 소화되고 있다. 웅진그릅 쇼크 여파로 PF사업 관련 자산유동화증권에 등을 돌린 투자자들은 좀처럼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과 맞물려 2013년도 건설업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자산유동화 시장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매거진 부동산ABS ABCP 1
(자료:한국신용평가)
◇'CP 규제' 건설사 차환위험 확대…'전단채' 유인 부족

자산유동화 시장은 감독당국의 CP 발행규제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월 15일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금융투자업 규정'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CP가 사모로 발행되는 경우에도 만기가 1년을 넘으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PF-ABCP도 똑같은 적용을 받는다. 장기물 ABCP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CP시장 투명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도 불구 1년 미만 ABCP가 늘어 건설사들의 차환위험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고 있다.

단기물 ABCP 발행도 수월치만은 않다. 개정안은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물 CP도 금전채권신탁 등을 통해 50인 이상 다수의 투자자에 판매된 경우 증권신고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물 ABCP라고 해도 신탁계정을 통해 일부 물량이 소화된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은 ABCP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면 상법상 유동화법인(SPC)를 통한 자금조달 편의성을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ABCP 차환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매거진 유동화증권 5-1
(자료:한국신용평가)

금감원에 따르면 2011년 말 CP잔액은 92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탁형태로 팔린 CP가 전체 42%인 39조원이다. 또 ABCP의 경우 CP잔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어림잡아 15조 원 이상의 ABCP가 신탁 형태로 풀린 것으로 추산된다.

감독당국은 실물어음 흡수를 위한 전자단기사채(이하 전단채)가 도입되면 시장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CP 발행규제 방안과 같은 날 도입 예정인 전단채의 경우 만기가 90일 이하인 경우 전매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50인 이상의 투자자를 꾸려 사모로 발행된 경우라도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한다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PF-ABCP와 유사한 'PF전단채' 발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도 적잖다. 이사회 기능이 없는 SPC가 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지, 또 SPC의 신용등급을 이슈어레이팅(Issuer Rating)으로 볼 것인지 등의 세부 요건이 확정되지 않았다. 당장은 전단채가 ABCP 물량을 단기간 내 흡수하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CP 시장 규제를 피해 90일 이하 전단채로 PF-ABCP가 몰릴 경우 건설사들의 차환위험이 극도로 커지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매거진 cp 잔액추이
(자료: 한국예탁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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