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1월 23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반격이 시작됐다. 자산관리 시장에서 삼성증권과 일전을 벌일 태세다. 이들 증권사의 요즘 화두는 당연히 자산관리다. 증권시장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우리나라 증권사의 수익 중 절반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이 차지한다. 시황이 악화되면서 거래량이나 거래대금이 줄어들면 이익 변동성도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삼성증권은 이미 10년전 이를 간파했다. 2003년 브로커리지에서 자산관리로 영업모델 변화를 선언했다. 당시 36조원에 불과했던 예탁 자산을 10년만에 100조원대로 2배 이상 불렸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판은 깔았다. 일부에선 삼성그룹 계열 임직원이나 협력업체의 암묵적인 지원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대단한 성과다.
사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수년전부터 자산관리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을 키워왔다. 하지만 자산관리 이야기만 나오면 항상 고개를 숙인다. 글로벌 프라이빗뱅크(PB)에는 크게 못미치는 삼성증권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산관리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1억원 이상 고객수와 프라이빗뱅커(PB) 비중이 삼성증권에 비해 떨어진다.
10년전 삼성증권이 자산관리 모델로 돌아설 때 주진형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자산관리 모델로의 전환을 책임졌던 사람이다. 황영기 사장의 최측근이었다고 한다. 브로커리지 중단에 따른 수익 감소, 직원들의 극심한 반발,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비웃는 업계. 당시 전무였던 주진형씨는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혹독하게 직원들을 몰아부쳤다고 한다. 황 사장의 의지가 주 전무를 통해 전달된 것이다.
주진형씨는 이후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에서 차례로 근무하게 된다. 이들 증권사에서 자산관리 시장의 전문가로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이들 증권사는 자산관리 모델로 돌아서는데 실패한다. 오히려 기존 임직원들의 반발만 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일을 했는데 왜 한쪽은 성공하고, 또 다른 쪽은 그러지 못했을까. 능력이 부족해서, 똑똑한 사람이 적어서? 천만의 말씀. 오히려 개개인의 능력이나 증권시장에 대한 전문성은 대우나 우리투자증권이 부족할 이유가 없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차이는 바로 '리더의 의지'에 달려 있었다. 대형 증권사 고위 임원은 "우리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이 삼성보다 못나서 못하는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밀어부칠 수 있는 리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회사의 큰 그림을 새로 그렸다. 최근에 만난 한 직원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IB에서 WM으로, 다시 IB로 바뀌는 통에 뭘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주가나 수익성으로 평가를 받는 CEO 입장에서 임기 중 손실을 보면서까지 자산관리 모델을 고집할 수가 없는게 현실. 역시 계열사 실적으로 평가받는 지주사 입장에서도 이를 지지하기 쉽지 않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반면 삼성증권은 자산관리 모델을 도입한 황영기 사장부터 후임 사장들까지 고집스럽게 전략을 이어갔다. 물론 이들의 의지라기보다 '누군가'가 정한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나간 것이다. 그 '누군가'가 누군지는 삼성증권 사람들도 모르겠다고 한다. 아마도 오너의 생각 혹은 의지가 아닐까 싶다. 재벌 체제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삼성증권이 자산관리가 살 길이라고 판단하고 그 길을 우직하게 걸어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리더의 의지는 태도를 바꾸고, 태도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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