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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가능성‥출자전환이 유일한 대안 4분기 순손실 1280억 넘으면 자본전액 잠식으로 즉시 상폐

정호창 기자공개 2013-02-07 09:42:59

[편집자주]

쌍용건설이 최악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매각 작업이 수년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지연되면서 부도·증시퇴출·워크아웃·법정관리 등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이 불발되면 위기를 넘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수도 있다. 벼랑 끝에 선 쌍용건설의 과거와 현재, 향후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

이 기사는 2013년 02월 07일 09: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년간 새 주인 찾기가 표류하면서 재무구조가 심하게 악화된 쌍용건설은 이제 상장폐지마저 걱정해야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쌍용건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산 규모가 1조4229억 원이며 부채와 자본은 각각 1조2949억 원, 1280억 원이다. 부채비율이 무려 1011%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 사실상 회사 자산이 거의 빚으로 구성된 셈이다.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보다 더 문제는 자본 상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쌍용건설의 자본총계(1280억 원)는 납입 자본금(1488억 원)보다 적다.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자본잠식률은 14% 정도다. 영업실적 부진과 대손상각비 등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1500억 원 가까운 순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이로 인해 2011년까지 쌓아뒀던 1283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모두 까먹고도 200억 가량의 결손금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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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융감독원

만약 4분기에 1280억 원 이상 순손실이 발생하면 쌍용건설은 '자본전액잠식' 상태가 된다. 사업연도말 자본전액잠식은 즉시 상장폐지 사유 중 하나다. 4분기 순손실이 540억 원에서 1280억 원 사이면 증시 퇴출은 피할 수 있지만, 자본잠식률 50% 이상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이 경우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자본잠식률이 다시 50%를 넘으면 상장이 폐지된다.

쌍용건설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결산 결과를 보고한 뒤 잠정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쌍용건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순손실 규모가 2000억 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자산 할인매각과 미분양 등에 따른 대손상각 손실이 커 자본전액잠식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전언이다.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순손실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회계감사에서 나타나는 보수성을 고려하면 감소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자본전액잠식이 확인될 경우 거래소는 2012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까지 쌍용건설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게 된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은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로 통상 3월31일이나 올해의 경우 해당일이 주말인 탓에 4월1일까지다. 쌍용건설은 이때까지 자본전액잠식 해소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다.

자본전액잠식을 해소하고 증시 퇴출을 피하려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 동양그룹의 지주사격인 ㈜동양(옛 동양메이저)이 과거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겪은 일이 있다. 2011년 3월 동양메이저는 2010년 실적을 결산한 결과 자본금이 전액잠식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나 공시 직후 바로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잠식을 해소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전액잠식으로 상장폐지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 전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전액잠식 해소를 입증하면 실질심사를 받은 뒤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쌍용건설이 동양메이저와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동양메이저의 경우 그룹 오너와 계열사들을 동원해 유상증자를 시행할 수 있었지만, 쌍용건설은 도와줄 우군이 아무도 없다.

현재 경영권 매각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제3자 배정 유증 방식의 이번 인수전에 참가해 현재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후보는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VVL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말레이시아 업체 등 둘 뿐이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실체나 인수 진의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데다 입찰 증빙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쌍용건설 증시 퇴출을 막아줄 우군으로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오는 유상증자가 아니라면 유일한 대안은 채권단의 출자전환 뿐이다. 부채를 자본으로 바꿔 결손금을 상계하고 자본전액잠식을 피하는 것이다.

채권단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방법이겠지만 만약 쌍용건설이 자본전액잠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출자전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이 상장폐지 되면 기업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지금과 같은 유상증자 방식의 매각을 진행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채권회수가 더 힘들어지고 아예 회수를 포기해야 될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채권단이 싫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출자전환을 해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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