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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예측하는 증권사, 방관하는 거래소

김용관 기자공개 2013-02-21 17:22:48

이 기사는 2013년 02월 21일 1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실적 추정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목표 주가는 어느 시점에서 주가가 얼마나 될 지 점치는 '예상 주가'다. 하지만 실적이나 목표 주가가 틀렸다고 책임을 묻기도 딱히 힘들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예외없이 보고서에 전제를 단다. "본 자료에 수록된 내용은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결정을 하기 바랍니다." 일종의 책임 회피다.

증권데이터 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프레드 코울스(Alfred Cowles) 는 "투자 정보지의 주가 예측 성공률은 동전 던지기 확률보다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고 갈파했다. 시쳇말로 '미아리 점쟁이한테 주가를 물어보는게 더 낫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미국의 리테일 전문 증권사인 에드워드 존스는 자사가 추천하는 종목에는 목표 주가를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기술성평가 상장특례 기업인 코렌텍의 기업공개(IPO) 과정을 보면 우리 증권사들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3~4년 후의 미래 실적을 추정, 공모가를 산정한다는게 ‘인간의 영역'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기술성평가 상장특례 제도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공개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2005년 도입됐다. 그래서 상장 문턱도 낮다. 기술력만 검증되면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9개사. 현재 공모 일정을 진행 중인 인공고관절 제조업체인 코렌텍이 상장에 성공하면 10개사로 늘어나게 된다.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대부분 바이오업체로, 기술력이 매출로 이어지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적자인 경우가 많다.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한 통상적인 밸류에이션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미래에 벌어들일 실적을 추정해 공모가를 산정하게 된다. 코렌텍 역시 앞으로 3년 후인 2015년실적을 예측해 공모가 산정에 나섰다.

문제는 미래 추정 이익의 신뢰성이다. 코렌텍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2억원인데 2015년에는 127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근거가 불명확하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설명서에서 '기술성 평가 기술의 수익창출이 본격화돼 미래 추정실적이 안정적인 단계에 진입한 시점'이 2015년이라고 했지만 이것 역시 예측일 뿐이다.

앞서 이같은 방식으로 상장한 특례상장 업체는 4곳. 이들 모두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잡은 해당 연도의 실제 순이익은 추정치와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달성은 커녕 많게는 두배가 넘는 적자를 기록한 곳도 있다. 실제 주가는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많다. 코렌텍이 내놓은 실적 예측치를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3년후 코렌텍이 실적을 달성할지, 못할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은 자본 조달을 위해 계속해서 거래소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 추정 이익의 신뢰성을 확보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을(乙)의 위치에 있는 주관사는 발행사가 제시한 수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분석할 '툴'이 없다. 이를 걸러내야할 거래소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주관사는 계속해서 '신의 영역'에 도전할 수 밖에 없고, 개미들은 한방을 노리고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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