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영 이사 "남 따라하지 말고, 주특기 개발해라" 국내 첫 여성 대표펀드매니저…"나만의 네트워크 만들어라"
이윤정 기자공개 2013-03-04 16:51:13
이 기사는 2013년 03월 04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회 곳곳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유독 벤처캐피탈 업계는 여성에게 척박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술자리 네트워킹 등 릴레이션십이 중시되는 투자 활동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추진력과 뛰어난 투자 실력으로 업계를 주름 잡는 이가 있다.'대한민국 여성 대표펀드매니저 1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안신영 SBI인베스트먼트 이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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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나 투자를 받는 회사 관계자 대부분이 남성인 환경에서 동성 간 스킨십 보다는 당연히 그 빈도 수나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꼭 술자리를 하고 자주 만난다고 해서 신뢰도나 친밀감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리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본인 하기에 달렸다는 것. 안 이사는 자신의 상황을 최대한 이용,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안 이사는 워킹 맘으로서 핸디캡도 있지만 '아줌마 네트워크'가 자신의 투자처 발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력수학전문학원인 CMS에듀케이션을 발견한 과정이 바로 그 네트워크 힘이 발휘된 케이스다. 안 이사는 동네 학부모 모임에서 CMS에듀케이션을 소개받았다. 투자 목적이 아니었다. 안 이사는 "딸 친구 엄마가 괜찮은 학원이 있다"라며 "한번 보내보라고 해서 CMS에듀케이션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CMS에듀케이션을 찾아갔지만 회사 경영진을 만나고 콘텐츠, 사업 방향을 알자 직업 정신이 발동한 것. 당시 안 이사가 몸 담고 있던 대성창투 교육 쪽 전문 심사역에게 CMS에듀케이션을 소개했고 결국 투자 집행까지 이뤄졌다.
안 이사는 IRR 2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 성적을 가지고 있다. 안 이사의 두 번째 투자, 터치패널전문업체 디지텍시스템스가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디지텍시스템스 투자 과정을 보면 안 이사의 투자 혜안이 더욱 빛난다. 투자가 이뤄진 2004년만해도 디지텍시스템스는 연속 적자와 낮은 이익률로 투자 매력이 높은 회사는 아니었다. 다른 벤처캐피탈들도 투자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 이사는 터치스크린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고 회사 실적이 턴어라운드 시점에 다가왔다는 점을 포착,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결국 디지텍시스템스는 투자 2년 만에 IPO, 3년 만에 투자자금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IRR은 234%를 기록했다. 디지텍시스템스 투자는 2007년 창업투자회사가 회수한 벤처기업 투자회수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안 이사는 섬유패션펀드 대표펀드매니저 경험이 지금 벤처캐피탈 투자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2006년 100억 원 규모로 섬유패션펀드가 결성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야심차게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 투자 환경은 녹록하지 않았다. 벤처캐피탈의 주 투자 분야인 IT산업과 비교해 숫자상으로는 회사가 많지만 투자할 만한 곳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올해 이 섬유패션펀드는 만기가 도래한다. 100억 원 원금을 포함해 130억~140억 원이 회수된 상태다. 개척 분야 첫 펀드란 것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란 평가다. 모피전문 브랜드인 사바티에를 보유하고 있는 볼륨원과 홈쇼핑 중심 속옷 전문회사인 엠코르셋 등에 투자가 이뤄졌다. 볼륨원은 2개 던 백화점 매장이 투자 이후 10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되는 등 급 성장했다.
안 이사는 "섬유패션펀드가 수익 측면에서 실적이 나쁘지 않는데도 이후 비슷한 성격의 펀드가 결성되지 않은 것을 보면 섬유패션이 벤처캐피탈 투자 측면에서 매력적인 산업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하자만 개인적으로 섬유패션펀드 대표매니저 경험을 통해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도 좋은 투자처를 고르는 훈련을 했고, 이것이 현재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는 벤처캐피탈을 정글로 비유하며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이사는 "발견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검토한 기업 중에서 좋은 업체를 놓치는 곳이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가장 아깝다"며 "'내 손에 들어온 딜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일을 한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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