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 황유선 이사 "처음도 사람, 끝도 사람이다" "실패 줄여야 하지만 실패 속에서 대박 나온다"
이윤정 기자공개 2013-03-08 16:45:52
이 기사는 2013년 03월 08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에 있어 처음도 '사람', 끝도 '사람'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시장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람이 그렇지 않으면 빛을 못 보지만, 사람이 좋으면 좋은 시장을 찾아가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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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 이사는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대모(代母)로 불린다. 연구원 경력을 바탕으로 기술력은 물론 정성적 부분까지, 투자처에 대한 통찰력과 상황판단이 매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에 투자 확신이 들면 딜을 진행하는 추진력 또한 대단하다.
황 이사는 "투자 여부를 심사할 때 회사의 인적 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기술력의 깊이,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시야는 초기 벤처 회사의 미래를 결정 짓는 최대 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기술력, 성장성 있는 시장을 갖추고 있더라도 사람이 받쳐주지 않으면 회사 발전이 한계에 부딪히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이다.
황 이사는 자신의 아픈 경험을 소개하며 숫자에 현혹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해 연말 황 이사는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상장 예비심사 청구가 가시권에 있는 회사를 소개 받았다. 국내 최고 회계법인에서 감사까지 받은 상태로, 벤처 투자 관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회사였다. 하지만 사람 부분이 걸렸다. 경영진의 태도가 믿음직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재고 실사를 요구했지만 회계법인 감사를 핑계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재고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며 이 회사는 상장에 실패했다. 이는 황 이사가 초반에 진행한 투자 건 중 유일하게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딜이다.
황 이사는 "투자에 실패한 케이스는 숫자만 너무 보였던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황 이사는 올해로 벤처캐피탈리스트 14년째를 맞는다. 2000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무선방송 선임연구원으로 있던 시절, 갑작스런 스카웃 전화 한 통으로 벤처캐피탈 업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호기심으로 이끌린 벤처캐피탈리스트 생활은 논문으로 보던 기술이 상용화, 상업화에 성공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황유선 이사는 삼성벤처투자 입사 4개월 만에 첫 투자를 했다. 대상은 씨디네트웍스. 연구원 시절 접했던 기술을 이용해 비즈니스하는 회사였다. 단독 투자하기에는 금액이 커 클럽딜을 주도, 투자를 성공적으로 집행했다. 투자 당시 벨류에이션 80억 원이던 회사는 2005년 상장에 성공했다. 엑시트 시점에는 기업가치가 3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황 이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로 뷰웍스를 꼽았다. 황 이사는 뷰웍스에 대해 '머리와 가슴으로 꽂힌 회사'라고 표현했다. 삼성벤처투자 시절 디지털 X선 촬영(DR)기를 생산하는 의료기기업체 뷰웍스를 발굴했다. 하지만 회사 투자 전략과 맞지 않아 삼성벤처투자에서는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아쉬워하던 찰나 황 이사는 일신창업투자로 회사를 옮기게 됐고 투자 검토가 가능해졌다. 투자하는데 전략적으로 제약은 없었지만 문제는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펀드가 없다는 것이었다. 황 이사는 뷰웍스 투자를 목표로 펀드를 결성, 발굴 2년만에 투자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뷰웍스 투자는 IRR 기준으로 125%의 수익률 기록했다.
황 이사는 "벤처캐피탈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며 "벤처 회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섬세하게 돌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부분의 투자 회사가 목표했던 일정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회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견제와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투자 성공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란 것이다.
황 이사는 인터뷰 말미 후배 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황 이사는 "중소벤처기업들은 당연히 몇 번의 파고를 겪게 된다"며 "그 과정이 지나야 성장을 하고 마침내 상장 단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 파고가 높을수록 회사 성장 규모도 커지는데,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실패를 두려워하면 험난한 파도를 넘는 회사와 같이 할 수가 없어 성공적인 벤처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 이사는 "실패 규모는 줄여야 하겠지만 실패 속에서 대박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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