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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형 PF '사고' 막으려면

최욱 기자공개 2013-03-14 16:12:46

이 기사는 2013년 03월 14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홍보사이트 '드림허브'에 접속하면 입체적인 조감도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림 속에는 초고층 빌딩들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빌딩숲의 정중앙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디자인한 랜드마크 '트리플원'이 우뚝 솟아 있다. 하지만 사업이 좌초되면서 동북아의 비즈니스 허브가 되겠다는 꿈은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용산 개발사업 디폴트는 천문학적인 총사업비(31조 원)만큼이나 파장이 클 전망이다. 출자자들의 손실은 1조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발주처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토지대금 반환으로 재무건정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출자자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발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소송전'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더 큰 문제는 용산 개발사업 무산이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연쇄 부도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공모형 PF 사업은 모두 31개다. 사업비를 합산하면 81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형 사업 중에서는 판교 알파돔시티만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다.

공모형 PF 사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모순은 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쪽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된 탓에 토지대가 턱없이 비싸거나 사업 규모가 지나치게 큰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시행사는 늘 착공도 하기 전에 자금조달 때문에 애를 먹고 착공이 되더라도 미분양을 피하지 못한다.

용산 개발사업처럼 디폴트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주요 출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공모형 PF 사업에 참여해 5년 동안 순손실 5000억 원을 기록했다. LH가 출자한 공모형 PF 사업은 10개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모형 PF 사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공모 전 토지 소유자뿐"이라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

국토해양부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지난해부터 '공모형 PF 조정위원회'를 운영하며 사업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금까지 고양 관광문화단지 1구역 사업 등 7개 사업을 조정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 중에 만난 업계 관계자는 "문제 없는 사업이 거의 없는데 몇 개 사업에 대해서만 조정안을 내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조정위원회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여기서 내놓는 조정안이 법적 효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자자들이 거부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조정안으로 출자자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는 어렵다. 공모형 PF 사업의 난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효력이 있는 갈등 중재 전담기구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는 선진국처럼 전문 디벨로퍼를 선정해 공사를 주도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토부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용산 개발사업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별 사업에 대한 직접 개입이 불가능하면 공모형 PF 사업 전반에 대한 대책이라도 수립해야 한다. 가장 '나쁜 선례'는 남은 공모형 PF 사업들이 용산 개발사업처럼 삽 한번 못 떠보고 박제된 조감도로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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