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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제 헤지펀드 투자할 때

김용관 기자공개 2013-04-04 08:29:04

이 기사는 2013년 04월 04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oney is made by discounting the obvious and betting on the unexpected. (이미 알려진 것은 무시해버리고 불확실한데 베팅해야 돈을 벌 수 있다.) -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지난 2월 국민연금 기금이 설립 25년 만에 400조원을 돌파했다. 390조원대의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을 앞질러 일본 공적연금(GPIF)과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GPFG)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등극했다.

국민연금 기금이 400조원을 돌파하는데 걸린 기간을 살펴보면 경이롭다. 국민연금 설립 첫해인 1988년 기금 적립금은 5279억원에 불과했다. 100조원에 도달하는데는 15년(2003년)이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100조원으로 커진 이후에는 눈덩이 효과(스노우볼 이펙트)가 본격화된다. 2007년 200조원을 기록한 이후 2010년 300조원, 2013년 400조원까지 순식간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 투자업계의 거물들이 국민연금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세계 최대 운용사인 KKR나 블랙록의 대표가 국민연금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전세기를 타고올 정도다. 세계적인 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위상이 실감난다.

기금의 성장세와 달리 투자 대상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말 현재 국민연금의 보유자산 비중은 국내채권이 60.2%로 가장 높다. 나머지는 국내외 주식(26.7%) 및 대체투자(8.4%) 등이 차지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투자자산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한가지 빠진게 있다. 헤지펀드 투자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연기금 가운데 헤지펀드 투자를 하지않는 곳은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특히 지난해 한국형 헤지펀드가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국민연금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헤지펀드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해외 공적 연기금들의 전체 대체투자 가운데 헤지펀드 비중이 6%대를 기록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기금 운용과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검증되지 않은 트랙레코드나 과도하게 높은 보수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헤지펀드는 투기 상품'이라는 뿌리깊은 선입견 때문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금운용의 첫번째 원칙인 '안정성'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90년대 초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해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무력화시키고 막대한 환차익을 얻은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파산에 이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우리나라에서 SK텔레콤을 공격하기도 했던 타이거 펀드. '헤지펀드' 하면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단골 메뉴다. 때문인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헤지펀드하면 '투기꾼'이라는 주홍글씨가 선명하다.

이같은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국민연금은 올해 초 미국의 헤지펀드 전문가를 초청해 기금운용위원을 대상으로 헤지펀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일반에 알려진 것과 달리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본모습을 소개하는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기금운용위원회의 입장은 완강하기만 하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투자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지금과 같은 투자 방식으론 더이상 수익을 낼 재간이 없다. 국민연금의 '외형'은 해마다 커지고 있지만 현재의 수익률로는 우리의 연금 지급을 맞출 수 없다. 2060년엔 그 많던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래서 외국의 공적 기금들은 헤지펀드와 같은 절대수익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세계 4대 연기금 중 하나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주식과 대체투자에 54.7%, 헤지펀드에 5.8% 등 위험자산 비중을 크게 확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1년 3.3%에 불과했던 수익률은 지난해 11%를 넘었다.

일각에선 헤지펀드 투자를 하기에는 국민연금의 인력이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7% 가까운 수익률을 올릴 정도면 큰 문제는 없다. 헤지펀드의 위험성 역시 그간의 경험과 능력이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투기꾼'으로 유명한 헤지펀드의 대가 조지 소로스의 말대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십수년 넘게 매월 수십만원을 국민연금에 내고 있는 국민으로서 이 정도 지적을 할 자격은 있지 않을까. 수익률이 연 1%포인트씩 오를 때마다 기금고갈 시점이 9년 연장된다고 한다. 이제는 헤지펀드 투자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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