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주관, 토종 IB 역할 커지나 처음으로 두곳 포함…"정부 지원 속 역량도 커져"
한희연 기자공개 2013-04-23 14:20:34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3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4년 만에 발행에 나선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의 메인 주관사는 이번에도 여전히 외국계 투자은행이 차지했다. 정부에게 신용평가 자문(Rating Advisory)을 하고 있는 골드만삭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외평채 발행에 단골로 참여한 씨티글로벌마켓증권도 한 축을 맡는다. 신고서 작성 등 각종 서류 작업은 도큐멘테이션(documentation)에 관한 한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HSBC에게 돌아갔다.하지만 외국계 일색은 아니다. 구색 갖추기 식으로 토종 IB 한 곳을 억지로 끼워주던 과거 외평채 발행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투자증권과 한국산업은행 두 곳이 주관사단에 참여한다. 특히 처음으로 외평채 주관사에 선정된 우리투자증권은 최종 발행 때까지 모든 일정과 동선을 관리할 로지스틱스(logistics)를 관리할 중책을 수행하게 됐다.
정부가 외평채 발행 주관사단에 국내 IB 두 곳을 선정하자 시장에서는 이를 신선한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가 국내 IB 육성을 위해 일종의 배려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들러리로만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주관사단에서 맡는 역할도 확대되는 조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해외채 발행시장서 찬밥신세였던 국내 IB, 외평채 주관에 두곳 선정
정부가 외평채 발행 주관사로 국내 IB 두 곳을 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외평채 발행 주관사단은 외국계로만 꾸려지거나, 국내IB를 포함시키더라도 한곳만 포함시켜 왔다.
22일 현재 잔존만기가 남아있는 외평채는 듀얼 트렌치를 포함해 총 8종목.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다섯 번에 걸쳐 이뤄진 외평채 딜 중 주관사단에 국내 IB가 포함된 경우는 최근 두 건에 불과했다. 2006년 발행 당시 한국산업은행이 참여했고 직전 발행인 2009년에는 삼성증권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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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IB들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해외채권 발행을 주선한다 해도 인수 물량이 있는 북러너가 아닌, 조인트리드매니저 형식으로 끼어 '참관수업' 하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계열 발행사의 딜에 끼어 북러너 자격으로 주선 업무를 했을 때도 맡겨진 임무는 부수적인 경우가 많았다.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한국물 발행에서도 국내 IB가 북러너로 참여한 딜은 총 네 건에 불과했다. 한국산업은행이 4월 한국석유공사 글로벌본드,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 글로벌본드, 10월 두산인프라코어 하이브리드채권을 주관했고, 삼성증권은 4월 삼성전자 글로벌본드를 주관했다. KDB아시아와 KEB아시아파이낸스 등 현지 계열사가 주관에 참여한 딜이 추가로 6건 정도 되지만, 연간 99건의 한국물 발행이 이뤄졌던 지난해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발행사들은 아직 국내 IB를 해외채권 발행 파트너로 삼기에 미더워 하지 않는 눈치다. 더벨이 지난해 상반기 발행기업을 대상으로 IB 주관능력을 설문했을 때, 83%가 넘는 응답자는 국내 IB의 KP딜 참여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한 응답자는 "해외투자자에게 외화채권을 판매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발행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할 시장 조성 능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질 좋은 투자자를 얼마나 확보했느냐로 능력을 판가름하게 되는 IB 시장에서, 기반이 한국에 거의 한정돼 있는 국내 IB는 출발점부터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 주선 실적, 한국경제 기여도 등 고려…정부, 국내 IB 육성 본격화 하나
이런 환경 속에서 외평채 주관사단에 국내 IB가 두곳이나 포함되자, 주관사 선정 기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통상 주관사 선정 이유와 과정은 대외비라지만 지난 발행 추이를 고려해 봤을 때 리그테이블, 한국경제에 기여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9월 기획재정부는 외평채 발행을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주간사 선정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주간사 선정 평가위원회'의 두 차례에 걸친 평가를 토대로 이뤄졌다"며 "평가는 채권발행 주선실적, 업무수행능력, 한국경제 기여도 등을 감안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특히 이번에 선정된 6개 IB의 경우 미국계 2곳, 유럽계 2곳, 국내 IB 2곳이 선정돼 지역별 안배에도 신경 쓴 모습이다.
국내 IB에 주관사단의 1/3의 포지션을 배정한 것에 대해서는 국내 IB육성 차원이라는 평가가 많다. 큼직큼직한 딜에서 경험을 쌓아 내공을 키울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배려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 동안 국내 IB의 실력도 많이 자랐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인프라 측면에서 모자란 점은 많지만 맨파워 측면에서는 못지 않은 실력자들이 많다는 평가도 있다.
국제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 IB가 국제 채권거래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산업은행 등 어느 정도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되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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