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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銀, ECA 역할 '외도' 논란 사업영역·외형확대로 과열경쟁 촉발…조선·해운 쏠림 심화에 건전성 우려까지

김영수 기자공개 2013-04-29 08:00:52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기관 재편 과정에서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수출입은행의 기능 및 역할에 대한 재정립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수출지원 정책 금융기관 간 업무 중복으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본연의 업무보다는 중소기업 지원 명목으로 조직을 부풀리고, 업황이 불투명한 조선·해운 등에 대한 쏠림심화로 건전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 IB업무 등 사업영역·외형 확대…과열경쟁 논란

수은과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와의 업무 중복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금융공사 설립 전에도 무보와 해외자원 개발사업 지원 및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업무 등의 중복 문제로 관계부처 간 업무 범위가 협의·조정됐었지만, 이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여기에 2009년 10월 정책금융공사가 설립되면서 업무 중복 문제가 더 꼬이게 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말 감사원은 수출지원 금융기관 및 관계부처 간 입장이 정리되지 않거나, 사후관리가 미흡해 업무가 중복되고 과열 경쟁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수은의 해외 PF 및 IB업무 강화는 정책금융기관 간 대표적인 업무중복 사례로 꼽힌다. 수은은 당시 금융자문실을 신설한 후 1년 만에 기존 2개 팀을 4개 팀으로 확대하면서 '실'을 '부'로 승격, 확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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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입은행 조직도

하지만 수은의 이 같은 광폭행보는 해외 PF사업을 놓고 정책금융기관 간 갈등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기존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정책금융공사도 해외 PF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책금융공사가 지난해 해외 PF 경력직을 뽑으면서 산은 직원 7명을 한꺼번에 데려오면서 당시 강만수 전 회장이 격노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해외PF나 IB업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서로 업무영역을 놓고 신경전이 끊이지 않자, 수은 산은 정책금융공사 등은 '정책금융기관 협의회'를 만들었지만 구체적인 협력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자율적인 업무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해외PF 및 IB업무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힌데 따라, 수은과의 업무 중복문제는 더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은 역시 해외PB 및 IB업무 강화, 수권자본금 확대 등을 목적으로 수은법 개정안이 발의(의원 입법)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기능을 다수의 정책금융기관이 중복 수행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기능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며 "분산·중복돼 있는 각종 대외정책금융 재원과 수단을 전문성을 갖춘 기관 중심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조선·해운 쏠림 심화…기업구조조정 기능 재편 필요

사업영역 및 외형 확대 과정에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체 익스포저 중 특정 산업·기업에 대한 쏠림이 심화되면서 건전성 훼손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정책금융이 필요한 시점 또는 기업 등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현재 선박(조선·해운)부문 잔액은 21조3000억 원으로, 이중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상태인 성동조선해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2조6000억 원)다. 이는 납입자본금(7조1300억 원)의 36.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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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은 성동조선에 대해 80% 정도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상태로, 부도 위험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여신 분류 역시 현재 '요주의'에서 '고정'으로 하향 조정될 경우 부실채권(NPL)비율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은은 또 올해부터 K-IFRS가 적용됨에 따라 성동조선 이외에도 자율협약중인 대선조선(3000억 원), SPP조선(8000억 원), STX조선(8300억 원) 등의 대손충당금적립률도 상향조정해야 한다. 이들 조선사는 모두 '요주의' 여신으로, 업황 악화 지속시 건전성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선박부문 익스포저가 전체 여신(84조 원)중 25%(21조 원) 수준인 수은으로서는 조선·해운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성동조선뿐만 아니라 다른 조선사 역시 회생이 여의치 않을 경우 건전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황 전망이 불확실한 조선·해운의 지속적인 익스포저 증가로 인해 수은의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적정성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기업이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주채권은행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다 여신을 보유한 주채권은행이 기업구조조정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채권단 내 협의를 통해 다른 은행이 대신 맡을 수 있다.

예컨대, IMF 당시 제일은행(현 SC은행)은 대우자동차의 주채권은행이었지만, 제일은행의 내부 사정으로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았다. LG카드 역시 채권단 공동관리 추진 필요성으로 우리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이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ECA인 수은이 주채권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하는 것은 정책금융기관의 운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이번 정책금융기관 재편 과정에서 수은의 구조조정 업무 역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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