輸銀 역할조정…정책금융 재편 시험대 수은-정금공 합병·중복기능 재편…기재부-금융위-산통부 이해상충 해소해야
안경주 기자공개 2013-04-30 11:30:39
이 기사는 2013년 04월 30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수출입은행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최근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해 수출입은행의 자금조달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일반 금융기관과 경쟁금지 조항을 대폭 완화하면서 수출입은행 역할 재조정에 대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당초 금융위원회가 창조경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검토하면서 산업은행의 역할이 강조됐지만, 최 의원의 수은법 개정안으로 수출입은행 역시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따라서 수출입은행에 대한 역할 재조정을 놓고 두 가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정책금융공사와의 합병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고 무역보험공사의 보증 기능 등을 흡수해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새로 설립될 예정인 선박금융공사에 선박관련 업무를 이관하면서 역할을 축소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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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자본금 15조 원 확대…수출입은행 역할 확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8일 최경환 의원이 발의한 수출입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심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현행 8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업무 범위도 네거티브(규제 항목 외에는 허용하는) 방식으로 완화해 해외투자, 해외사업, 해외자원개발 등의 지원을 위한 대출, 보증, 차입, 외국환 업무까지 가능토록 했다.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국은행 등의 출자를 통한 간접지원 방식과 수출입은행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2가지 방법 모두 여러 가지 이유로 당장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경 예산에 반영하거나 정부 출자를 토대로 한 자본금 확충 방식은 현재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정책금융공사와의 합병을 통해 자본금을 수혈받는 방법이다.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납입자본금은 7조1381억 원이다. 반면 정책금융공사의 납입자본금은 15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증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수출입은행 측 설명이다. 수출입은행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와 업무가 중복되는 사업부문에 대한 자본금만 수혈을 받더라도 자본금 확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정책금융기관 간 기능 중복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무역보험공사의 1년 초과 중장기 보증 기능과 정책금융공사의 수출기업 지원 기능을 가져오겠다는 게 수출입은행의 구상이다. 그래야만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확대돼 신성장산업 육성,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정책금융기관 역할이 재편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모두 소관부처가 다른 만큼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무역보험공사와 정책금융공사는 각각 산업자원통상부와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다"며 "부처간 이해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막상 역할 조정 등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를 조율하는 작업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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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금융공사 설립, 수출입은행 역할 축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업무를 완전히 떼어내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할 경우에는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우선 수출입은행의 여신 규모 등이 줄어들면서 정책금융기관 역할 역시 축소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수출입은행의 총 여신 가운데 20% 이상을 선박금융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기준으로는 선박금융 업무가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수출입은행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가 조선·해운사에 제공한 선박금융은 총 55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출입은행이 28조 원 규모의 선박금융을 제공해 우리나라 선박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정책금융기관과의 업무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나머지 기관의 업무 축소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업무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수출입은행으로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는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공사 설립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다만 선박금융공사 설립으로 조선·해운부문의 익스포저가 이전될 경우 건전성 개선 등 리스크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다"며 "선박 부문에 대한 건전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 확대를 해소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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