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시장 휴가철? 물밑에선 '분주' 최근 RFP 발송 많아…9월 이후 발행열기 뜨거울 듯
한희연 기자공개 2013-08-21 08:56:15
이 기사는 2013년 08월 14일 1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를 공치다 시피한 한국물 시장은 7월 반짝 장세를 뒤로 하고 휴지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9월 이후를 준비하는 발행사들과 이들의 눈에 들려는 투자은행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올해 상반기에는 북핵이슈와 버냉키 쇼크 등 악재로 발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발행을 추진했으나 미뤄왔던 곳, 내년을 대비해 미리 자금을 조달하려는 곳들이 겹치면서 9월 이후 발행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 한달 공백 깨고 7~8월 잠시 북적…SK이노·현대캐피탈아메리카 이후 휴지기 돌입
어느 때보다도 악재가 많았던 올해 상반기를 거쳐 7월과 8월 한국물 발행시장이 반짝 북적였다.
7월 한국석유공사는 2억 4000만 스위스프랑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한달간의 한국물 공백을 깼다. 미국 양적완화 조기축소 우려로 잔뜩 움츠려 있던 중 아시아 발행사 중 처음으로 해외 공모채권 발행을 성사시킨 것이다.
바통은 한국산업은행이 이어받았다. 산업은행은 유럽 시장에서 기 발행했던 채권을 리오픈 하는 방식으로 2억 유로를 발행했다. 발행 직전 한국정책금융공사의 발행 유보 등으로 환경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금리나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정치적 이슈로 냉각기를 겪고 있던 일본 사무라이본드 시장은 신한은행은 뚫었다. 두번째 사무라이 발행이었지만 시중은행으로는 이례적으로 정부 관련 투자기관들의 주문을 받아내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버냉키 쇼크 이후 발행사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달러화 시장은 한국가스공사가 시원하게 열어 제꼈다. 두 달간의 한국물 달러화채권 공백 탓인지, 그간 올랐던 금리 탓인지 투자자들은 가스공사 채권에 발행액의 12배가 넘는 수요를 나타냈다. 휴가철이 막 시작하는 시기라 투자 수요가 없을까 했던 것은 기우였다. 신규발행프리미엄(NIP: New Issue Premium)도 최근 발행물 평균보다 크게 낮췄다.
가스공사 이후 달러 딜이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1년간 준비해 왔던 유로본드(RegS) 발행을 성사시켰다. A급 발행물만 있던 한국물 시장에서 BBB급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딜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투자자모집과 프라이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한국계 BBB급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를 확인시켜줬다.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법인의 자회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미국 시장에서 10억 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미국 시장만을 공략하며 투자자 차별화에 성공, 발행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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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사, 9월 이후 위한 준비작업 분주…최근 몇 주간 RFP 발송 증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발행을 끝으로 사실상 한국물 시장은 휴지기에 접어들었다. 투자자 대부분이 휴가를 떠난 데다, 135일 룰 등 회계 이슈로 정책금융기관 등을 제외한 대다수 발행기관은 발행을 잠시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면적인 발행이 이뤄지지 않을 뿐, 관련 업계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한 모습이다. 9월 이후 발행을 위한 사전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상반기부터 밀렸던 대기물량 뿐 아니라, 내년 대규모 만기도래에 미리 대비하고자 하반기 발행을 준비하는 기관은 많은 상태다. 이들 발행사들은 주관사를 뽑고 서류 작업을 하며 시장을 탐색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상반기부터 발행을 추진했으나, 북핵이슈와 버냉키 쇼크 등으로 시장상황만 바라봐야 했던 기관들이 상당하다.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과 KCC, LG전자, 국민은행 등의 달러화 채권이 이에 속한다. 대형 발행사인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등도 여러 조달 통화시장을 놓고 하반기 중 몇 차례 발행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년 한 차례씩 조달해오던 정례 발행사 중 상반기 발행이 없었던 곳도 하반기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하반기 달러화 채권 발행을 염두에 두고 주관사단을 꾸렸다. 한국수력원자력 또한 유로화와 달러화채를 두고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달러화채권 뿐만이 아니다. 한국남동발전은 호주 달러화 채권 발행을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중이다. 한국서부발전은 스위스프랑과 달러화 채권을 염두에 두고 발행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도로공사도 지난 5월 말 호주에서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캥거루본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초부터 캥거루본드 발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이렇다 할 행동엔 나서지 않고 있다.
태국 바트화 채권 발행 한도를 갖고 있는 기관 모두 바트화 채권 발행 후보 군이다. IBK기업은행(100억 바트), 우리은행(20억 바트), 신한은행(100억 바트)가 지난 1월 승인 받은 채권 발행 한도는 오는 9월 말까지 유리하다.
이밖에 하나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포스코, GS칼텍스, SK종합화학 등도 발행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몇 주간 발행사들의 입찰제안서(RFP) 발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내년 만기도래 물량도 있고, 9월 초부터는 한국물 발행 수요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며, 발행 타이밍 선점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도이치증권 보고서를 인용 "최근 한국물 발행이 잇따르는 가운데 단기물(5년 이하) 선호현상과 적당한 수준의 NIP에 힘입어 유통시장에서도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2014~2015년 만기 한국계 달러채 만기도래 예상액은 아시아 국가(ex-Japan) 중 최대 규모로 리파이낸싱 리스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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