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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회사채 2조 대기, 물량 폭발 예고 수급 개선, 신용스프레드 축소…사모사채도 확산, 부작용 우려

황철 기자공개 2013-08-22 11:15:51

이 기사는 2013년 08월 19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 회사채 발행 물량이 2조 원 이상 대기 중이다. 휴가철이 끝나는 8월말에서 9월초 대대적인 물량 공세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최근 우량채 중심으로 매매가 살아나고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자 발행을 타진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5월 이후 시장금리 상승과 수급 불안으로 발행을 보류했던 기업도 조달 재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의 활황은 사모사채 증가라는 반작용으로 나타나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우량채를 독식하려는 일부 기관투자자의 욕심과 수요예측 기피 목적의 발행 태도가 맞물린 결과다.

◇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 매매금리 축소

지난 주(8월12일~16일) 무보증 일반 회사채(SB) 발행량은 8500억원 어치를 나타냈다. 활황장세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회사채 시장에 응축된 에너지를 실감할 수 있는 한 주였다.

발행 규모는 5월 첫주(1조 3400억 원) 이후 최대였지만, AAA급 회사채의 대규모 발행이 이루어지면서 발행 건수는 많지 않았다. KB금융지주 3500억원, 하나금융지주 2500억원, 한화건설 2500억원 등 단 세 건 뿐이었다.

유통시장에서도 본격적인 휴가철 돌입으로 시장참가자 다수가 자리를 비워 한산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광복절이 끼어 영업일이 감소한 영향도 있었다. 지난 주 회사채 거래량(지방 공사채 포함)은 2조 3461억 원으로 직전주 대비 3336억원 가량 감소했다. 4주 평균 2조 8352억 원보다도 5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우량채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수요 증가를 감지할 수 있었다. 지난달 발행한 신한금융지주 3년물 채권은 표면금리 3.21%보다 10bp 낮은 3.11%에 거래가 이뤄졌다. 매매 당일 AAA급 회사채 평가수익률 3.19%을 크게 하회하는 강세를 보였다.

공모채 대기물량

수요예측에서 공모 물량의 두배가 넘는 신청을 이끌었던 KB금융지주 3년물 채권도 AAA급 회사채 민평 대비 2bp 낮은 수준에서 매매가 이뤄졌다. 삼성물산(AA-) 4.5년물, 롯데제과(AA+) 3.5년물, SK(AA+) 4년물, SK루브리컨츠(AA-) 3년물, LG전자(AA) 3년물도 등급 대비 1~2bp 강한 수준에서 체결됐다.

한국자산평가는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 스프레드가 7월 중순 이후 한 달째 줄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추가 축소 여력이 있는 3년 내외 구간에서 매수 수요가 유입되며 강하게 거래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은행채 대비 3년 스프레드가 타 만기 구간 대비 간격이 넓었던 금융지주 3년물의 금리 메리트가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15개 기업, 공모채 2조 1200억 원 어치 발행 예고

수요가 살아나자 발행을 타진하는 기업도 크게 증가했다. 확인된 대기 물량만 15개 기업의 채권 2조 1200억 원 어치에 달한다.

대부분 AA급 이상 채권이거나 우량 대기업 계열사 물량으로 구성돼 있다. AA급 기업 9개사가 1조 6500억 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공급할 예정이고 SK케미칼, SKC, 두산, 하이트진로홀딩스 등 우량 A급 기업도 1000억 원대의 자금 조달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SK그룹 계열사의 대규모 공모채 발행 추진이 눈에 띤다. ㈜SK(AA+), SK E&S(AA+), SK C&C(AA), SK케미칼(A), SKC(A) 등 5개 기업이 9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다. SK E&S는 30일 3년, 5년, 7년물로 나눠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이후 6개월만의 조달이다.

㈜SK는 내달 6일 삼성증권을 대표주관으로 삼고 3년 만기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SKC&C도 이달 30일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각각 1000억 원씩 총 2000억 원을 조달한다. 이를 위해 KB투자증권을 대표주관으로 삼았다.

SKC는 신한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이달 29일 1000억 원의 회사채를 3년물로 발행한다. SK케미칼은 23일 우리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3년, 5년물 각각 500억 원씩 총 1000억 원을 조달한다.

현대차그룹의 철강 계열사도 회사채 발행 대열에 동참한다. 현대제철은 이달말 1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찍기로 했다. 만기는 5년이나 7년으로 시장 수급 상황에 맞춰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하이스코 역시 28일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 원 어치를 발행한다.

LG유플러스도 지난 1월 이후 약 7개월만에 공모채 발행을 재개한다. 이달말 3년 만기 채권으로 2000억원을 조달해 차환 물량에 대처할 예정이다. 연합자산관리는 16일 장기 기업어음 1400억원 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내달 10일 1500억원 어치의 공모채를 추가로 찍을 계획이다.

한국서부발전이 최대 출자자로 참여해 설립한 동두천드림파워는 첫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28일 만기 3년물과 5년물로 각각 1000억 원씩 2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동두천드림파워는 LNG복합화력발전소 개발과 운영을 위해 설립됐다. 사업비만 1.6조 원에 달해 추가 조달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CJ대한통운과 대웅제약은 시장 변동성 확대로 잠정 보류했던 공모채 발행을 재개한다. CJ대한통운은 내달 9일 2000억 원 어치의 채권을 찍을 예정이다. 4개월 전 우리투자증권과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35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금리 상승과 오너 리스크 등 잇단 악재로 발행 계획을 전면 연기했다. 대신 차입금 만기 등 필요한 자금은 기업어음(CP)으로 조달해 왔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최초로 3년 만기 장기 기업어음 2000억 원 어치를 신고 발행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내달 초 발행 보류 2개월만에 3년물 채권 500억 원 어치를 찍기로 했다. 대웅제약 신규 발행은 2009년 3월 이후 4년만이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9월5일 올해 첫 회사채 1000억 원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 사모채 발행도 속속, 공모채 구축 어쩌나

우량 회사채의 시들지 않는 인기는 사모사채 확대라는 다소 왜곡된 방향으로도 전개됐다. 5월 이후 2달 반 동안 공모채 발행이 가능한 기업이 내놓은 사모사채는 9100억 원 어치에 달한다. 공모채 시장을 상당 수준 구축하며 수급 불안을 가중한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7월 이후 스프레드 축소와 시장 상황 개선 이후에도 대기업의 사모사채 발행은 계속됐다. 이랜드리테일 500억 원을 시작으로 삼성물산 1000억원, 현대하이스코 500억 원, KCC건설 200억 원 등의 발행이 이어졌다.

5월 사모채

5월 이후 사모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은 총 12개사로 LG전자 2000억 원, 현대제철 1500억 원, 광주신세계백화점, SK에너지, 삼성물산 각 1000억 원씩 순으로 조달량이 많았다. KT렌탈과 KCC도 500억 원 어치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대기업의 사모사채 확산은 발행사의 수요예측 기피와 투자자의 우량 회사채 선호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대기업 채권을 독식하려는 일부 기관의 욕심과 조금이라도 조달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의 이기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5월 이후 시장 변동성 확대로 수급이 불안해지자 사모채 발행 유인이 크게 증가했다"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공급량이 줄어든 AA급 이상 우량 기업에 대한 선별적 투자 의지가 살아있었고 이것이 사모채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 시기 공모채 시장이 크게 축소된 한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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