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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그림의 떡' 자본시장법 변경으로 계열사 거래 참여 못해

정준화 기자/ 한형주 기자공개 2013-12-06 14:57:01

이 기사는 2013년 12월 03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증권이 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추진중인 2000억 원대 유상증자에 입맛만 다시고 있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인수단에 참여해 계열사 자금조달에 기여하고 수수료수익도 챙겼겠지만, 지난 8월 계열사 유상증자에 인수사로 참여할 수 없도록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그림의 떡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증권업계가 수익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투자은행(IB) 부문은 극심한 딜(deal)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

3일 IB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 수개월간 현대엘리베이터의 2175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동안 현대그룹에서 딜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해 왔던 일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그 때마다 현대증권은 꼬박꼬박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현대증권이 지난 3년간 인수단으로 참여한 5건의 유상증자 거래 중 3건이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거래일 정도로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바뀐 자본시장법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인수단에 참여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법무법인(화우)의 조언을 받아들여 불참키로 최종 결론을 내려야 했다.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165조 6 제2항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은 신주를 배정한 후 발생한 실권주에 대해 발행 철회를 해야 한다. 다만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투자매매업자가 실권주 전부를 취득하는 계약을 맺을 경우 실권주 공모가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실권주가 발생하면 미발행 처리해야 하지만 '계열 증권사를 제외한 증권사'들이 총액인수 계약을 맺을 경우 실권주 일반공모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증권사가 낮은 가격에 계열회사 지분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결국 현대증권이 인수단에 참여하면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는 실권주 일반 공모를 할 수 없고 발행 철회를 할 수 밖에 없다. 계획한 만큼의 유상증자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푼이 아쉬운 현대엘리베이터로서는 부담하기 어려운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동양증권을 의식해 만든 규제도 현대증권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금융당국은 동양그룹 회사채가 주로 동양증권을 통해 발행되는 것을 우려해, 증권사가 계열회사의 유가증권 발행에 주관사를 맡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최대 물량을 인수하는 행위도 막았다.

현대증권이 막판에 제외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진·KTB·LIG 등 복수의 중소형 증권사들을 인수단으로 끌어들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다른 계열 소속 증권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SK증권 한화증권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등 역시 적고 많음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영향을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계열사 거래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나 HMC, 하이증권 등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은 이번 제도의 여파가 클 수 있다"며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증권사끼리 거래를 주고 받는 이른바 바터(barter)가 확산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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