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건설업 키워드]커져가는 차환 리스크…현금 확보 비상③대형 건설사 신용위험 확대…유동성 압박 가중
최욱 기자공개 2014-01-09 10:25:00
[편집자주]
건설업계가 중동발 어닝쇼크 충격을 딛고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 해외 건설사업 원가 관리를 강화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체질개선 노력과 맞물려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규모 손실반영으로 실적개선 기대감이 넘쳐나지만 일감기근과 신용위험 확대, 해외 악성 현장 준공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2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해를 맞이한 건설업계 재무담당자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건설사 신용위험이 확대되면서 회사채 등 차입금 만기 상환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비교적 사정이 나은 대형 건설사들도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운용 북(book)을 닫으면서 차환에 비상이 걸렸다.
차입금 만기 연장 과정에서 금리 상승 등 비용 증가로 자금운용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업황부진으로 현금창출 능력이 크게 저하되며서 유동성 압박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 회사채 시장서 '찬밥'
대형 건설사들은 2013년 회사채 시장에서 수난을 겪었다. 작년 9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회사채 시장을 두드렸지만 나란히 흥행에 실패했다. 10월과 11월에는 현대산업개발과 한화건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 참패를 면치 못했다.
A급 건설사들이 줄줄이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국내외 안팎으로 터진 악재의 골이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2013년 건설업계는 중동발 어닝쇼크 여파로 몸살을 앓았다. 가뜩이나 부진했던 영업실적은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어닝쇼크의 유탄을 제대로 맞은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각각 7979억 원, 1조 552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수도권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위험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보고서를 내고 수도권 미착공 PF사업 지연이 앞으로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다.
건설사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이 이어지면서 당장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건설협회가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6조 4642억 원이다. 이 가운데 4조 5482억 원이 상반기에 몰려 있다.
건설사들의 연이은 신용등급 강등도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하락한 건설사는 모두 13곳이다. 자금난이 시달리고 있는 중견건설사뿐만 아니라 GS건설,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들도 신용등급 하향 도미노를 피해가지 못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내려가도 발행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더 많은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재무구조가 또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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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 마이너스…자산매각 등 현금 비축 '안간힘'
차환 발행이 어려워질 경우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해야 하지만 이미 돈줄이 마른 건설사들이 현금을 비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상장 건설사 116곳의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8조 2606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3분기 기준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3조 2187억 원으로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현금 유출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해외사업 선수금 유입 등으로 그나마 자금 사정이 나은 대형건설사들의 현금흐름도 대부분 마이너스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의 현금흐름표(개별기준)를 분석한 결과 10곳 모두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건설사들은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산건설이다. 두산건설은 낮은 신용등급(BBB+)으로 회사채 차환 발행이 여의치 않자 4000억 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모기업 두산중공업이 신용보강에 나서면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롯데건설도 1300억 원 어치의 차환용 RCPS를 발행해 급한 불을 껐다. 롯데건설은 투자자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1200억 원을 자산유동화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배정했다.
SK건설은 기존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800억 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최대주주인 SK㈜, SK케미칼이 증자에 참여해 자금난에 빠진 건설계열사의 숨통을 터줬다.
지난해 SK건설과 유사한 방식으로 3400억 원을 조달한 한라는 만도 지분을 매각해 687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차입금이 7000억 원이나 불어난 한화건설 역시 한화케미칼 지분 전량을 ㈜한화에 넘겨 현금(1366억 원) 확충에 성공했다.
유동성 확보에 나선 건설사들은 올해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에 현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는 차환위험 확대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진 만큼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 재무팀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 일정에 맞춰 현금을 넉넉하게 비축해두기 위해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서 신뢰 회복이 돼야 자금 조달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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