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차입금 감축 어렵다 [Credit Outlook]우호적 영업환경에도 실적 개선 불확실…항공기 도입에 따른 재무 부담 여전
민경문 기자공개 2014-01-06 07:02:0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2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항공업계는 원화강세와 중국 관광객 증가 등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공산업에 내재된 이벤트 리스크(event risk)와 저비용 항공사들의 시장 진입 등으로 실적 개선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다수의 항공기 도입으로 재무부담이 과중해 영업현금으로 차입금을 줄여 나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등 계열사 지원 부담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4년 항공시장, 중국 관광객 증가·원화 강세 등으로 회복 전망
2014년 국내 여객 시장은 원화강세에 따른 내국인 출국 수요 증가 및 외국인 방문객 확대 등이 업황 개선을 견인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및 동남아 노선이 저비용 항공사의 신규 취항 노선 증가와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방한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 지난해 1~9월 기준으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17.7%, 9.9%의 수요 증가가 나타났다. 중국인 방문객의 경우 343만 명으로 이미 2012년 수준을 상회하며 일본을 제치고 방한 외래객수 1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여행사가 쇼핑 강요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편취하는 것을 막는 여유법(旅遊法)을 시행한 점은 변수로 꼽힌다. 여행 상품 가격 인상으로 중국 방한 수요의 감소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유법 시행이 국내 항공운송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행히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을 환승지로 삼아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인 여행객의 증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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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욱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여유법 시행으로 중국인 단체관광 수요가 감소할 우려가 있지만 에어텔 등과 같은 개별 관광 수요로 대체될 여지가 있다"며 "중국과 미국 간에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인천공항을 환승지로 하는 중국발 미주행 수요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최근 원화 강세 및 유가 안정 추세 역시 국내 항공사들의 영업실적에 대한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영업비용의 40~70% 내외가 외화로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면 각종 원가 절감과 이자비용 축소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약세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화물부문은 소폭이나마 미국의 기업신뢰지수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수출주문량 증가 등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2013년을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벤트리스크·저가 항공사 진입 등으로 실적 개선은 제한적
하지만 항공 산업에 내재된 이벤트리스크와 글로벌 경기변동에 따른 대외변수의 급변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실적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NICE신용평가는 "미국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 유로존 부채문제 해결 지연, 중국 정부의 구조 개혁에 따른 투자 위축 가능성 등 세계 경제의 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큰 폭의 수요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2013년 실적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는 일본 노선의 수요 감소가 지속될 경우 국내 항공사의 실적회복 역시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까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로 인한 한일 외교 갈등 심화로 일본행 아웃바운드 수요가 줄어들었으며 엔화약세, 북한의 한반도 안보 위협 등은 인바운드 수요를 감축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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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강세 기조 역시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이 예상외로 빠르게 진행되고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에는 외국인의 일시적인 투자자금 이탈로 달러/원 환율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 글로벌 시장의 동요로 인한 유가 급등 가능성 등도 국내 항공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여기에 국내외 다양한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의 시장 진입이 이뤄지면서 국내를 포함한 근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경쟁강도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 2010년까지 3% 미만에 불과했던 저비용항공사의 여객분담율은 2012년 7.5%에서 2013년 1~9월에는 9.5%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경쟁구도의 변화가 국내 항공시장에서 독과점적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양대 국적항공사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NICE신용평가는 "정부의 노선권 분배 규모와 국제선 운항 시의 안전관리 문제, 신규 진입에 따른 대규모 항공기 투자 보담, 기존 양대 국적 항공사의 시장 선점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저가 항공사가 국내 대형 항공사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항공기 도입 예정돼 있어 재무적 부담은 유지될 듯
한국기업평가는 항공사들의 신용등급 결정에 다소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 우호적인 영업환경 조성이 전망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다수의 항공기 도입이 예정돼 있어 이미 과중한 수준에 있는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기도 쉽지 않다.
B747 등 대형항공기의 경우 대당 단가가 3000억 원을 상회한다. 항공기 구매가 대규모 차입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올해 9월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계약금액 기준 각각 68억 달러, 118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신규 항공기의 조달방식 및 기존 항공기의 매각, 반환 등에 따라 양사의 현금 흐름 및 재무 구조가 상이한 영향을 받겠지만 운영 항공기 대비 구매계약 규모가 작지 않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당분간 항공기 도입에 따른 자금 소요로 높은 재무적 부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항공기 금융이 항공기 거래시장의 존재에 따라 담보가치가 인정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항공기 도입과 관련한 자금 조달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 구 책임연구원은 "여객수요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늘어난 차입금을 일정 수준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한진해운 등 계열관련 지원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불투명하다. 한국기업평가는 "보유 자산가치 및 정부의 지원 가능성 등에 기반한 재무융통여력은 과중한 차입 부담을 완화시키고 있다"면서도 "최근 한진해운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추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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