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지주, 채권 일괄신고 합류 '따가운 시선' 우투 인수 대비 1.7조 조달 계획…역대 최대 규모
황철 기자공개 2014-01-21 14:05:19
이 기사는 2014년 01월 16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초우량 기업의 회사채 일괄신고 대열에 합류했다. 설립 후 최대 규모인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연내 조달하기로 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 비용 마련을 위한 선행 조치로 파악된다.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잇따른 AAA급 기업의 채권 일괄신고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채 발행이 빈번한 기업의 조달 효율성을 높인다는 제도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수요예측 무력화 등 정상적인 공모 절차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초우량 이슈어로서 발행시장 선진화 방안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는 정책적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주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융지주사 중 네 번째 일괄 신고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1조7000억 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금융당국에 일괄신고서를 제출했다. 2012년 설립 이후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위한 대규모 자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주회사로서 증권·보험·캐피탈 등 제2금융권 계열사 지원에도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출범 직후 8000억 원, 지난해 72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직전 1년간 채권 공모액이 있어야 한다는 일괄신고 요건을 맞췄다.
일괄신고제를 도입하면 발행 때마다 받아야 하는 이사회 의결과 대표이사 서명을 사전에 한번만 실시하면 된다. 무엇보다 수요예측을 하지 않아도 되고 기업실사도 약식으로 받을 수 있어 발행 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발행 때마다 내야 하는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또한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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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은행·카드·캐피탈사 등 채권 발행이 많은 대부분의 금융사가 일괄신고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등 증권사의 일괄신고도 이어졌다.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들도 잇따라 신고 행렬에 동참했다.
금융지주사 중에는 신한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가 지난해 일괄신고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는 수요예측 도입 전부터 일괄신고제를 채택했었다.
제2금융사를 제외하면 모두 AAA급 초우량 대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사별 연간 발행량이 수천억 원에서 조단위에 이르는 국내 채권 시장의 대표주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대하다.
◇ AAA급 기업 잇따른 일괄신고 문제 없나
시장에서 일괄신고제 확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우량 대기업의 잇따른 일괄신고제 채택이 자칫 수요예측 등 채권 선진화 제도의 정착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 발행사의 수요예측 이탈로 정상적인 공모 절차의 활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괄신고제의 선별적 허용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괄신고제의 취지를 인정한다 해도 채권 발행제도 선진화 방안이 정착하는 단계에서 대형 이슈어의 이탈은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라며 "사설 입찰이나 메신저를 통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금리 왜곡 등 다양한 부작용이 양산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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