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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아해운이 빛나는 이유 [thebell note]

양정우 기자공개 2014-01-27 09:46:0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4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해운업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대대적인 신규투자를 결정한 해운사가 있다. 바로 업계 7위 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흥아해운이다.

흥아해운은 최근 신조 케미칼탱커선 4척을 921억 원에 도입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영업력을 강화하고 기존 노후 탱커선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이번 투자가 자기자본의 60%에 해당하는 대규모인 점을 고려할 때, 자신감 없이는 내릴 수 없었던 결정으로 보인다.

연간 매출 규모가 7000억 원대로 업계 1·2위를 다투는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10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대형 선사들 앞에선 소형사일 뿐이다.

하지만 저력은 정반대다. 흥아해운이 승부수를 띄우는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 계획을 밟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은 사명에서 STX를 떼어냈다. 실적 차이는 더 극명하다. 이른바 3대 선사의 적자 행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흥아해운은 흑자 경영을 유지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해운업계 사람들은 흥아해운의 비결에 대해 "아는 사람이 경영을 한다"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경영진, 즉 결정권자의 차이가 근본적인 이유라고 손꼽은 것이다. 해운업은 세계 경기·기후·유가·용선료·국제적 정황 등 수많은 경제 변수에 좌지우지된다. 경영진의 수 읽기에 사운이 엇갈린다. 다양한 예측 속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선박 발주나 장기 용선 계약을 미리 체결해야 하는 결정권자의 용단이 어느 산업보다 무겁다.

흥아해운의 이윤재 회장은 해운인으로 44년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이 회장은 흥아해운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4년 만에 회장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경영인이기도 하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1980년대 해운산업 통폐합, 1990년대 IMF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숱한 위기를 극복해낸 경험을 자산으로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만장일치로 한국선주협회장으로 추대됐다.

오랫동안 STX팬오션의 대표이사로 있었던 강덕수 회장도 역시 샐러리맨 신화를 이뤄냈던 경영인이다. 하지만 해운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은영 회장과 현정은 회장을 해운 시황에 정통한 경영인으로 보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3대 선사의 결정권자는 모두 오너이자 이사진이었던 이들이었다.

흥아해운의 뱃길이 어느 때보다 빛나보이는 시기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불황 탓만 할 수는 없다. 3대 선사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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