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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발전債, 또 수수료녹이기..감독원 令이 안선다 발행 직후 주관사 금리 얹어 매매…손실 규모만 딱 20bp

황철 기자공개 2014-03-11 09:42:55

이 기사는 2014년 03월 07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남부발전 채권이 또다시 수수료 녹이기로 팔려나갔다. 금융당국이 일괄신고 채권의 금리 결정 과정과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 관행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남부발전은 인수 IB의 노마진 영업에 힘입어 올해 세 번의 회사채 발행에서 연이어 최저 금리 조달을 성사하게 됐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의 대표적 폐단으로 꼽히는 수수료 녹이기의 원인 제공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 10년·20년물, 수수료 녹이기 수준은·

한국남부발전은 6일 30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 5년, 10년, 20년으로 나눠 각각 500억 원, 1600억 원, 900억 원씩을 찍었다. 표면금리는 3.306%, 3.712%, 3.918%로 지금까지 나온 동일 만기 채권 중 가장 낮았다. 트랜치 별로 인수단이 받은 수수료는 20bp였다.

한국남부발전 채권 중 10년물과 20년물은 발행 당일 장외 시장에서 싼값에 팔려나갔다. 10년물은 발행 수익률 3.712%보다 최고 2bp 높은 3.732%에 매매됐다. 매수와 매도가 합쳐진 총 거래량은 2400억 원을 나타냈다. 인수 직후 고금리에 투자자에 넘긴 IB들은 발행수익률과 매매 금리 차이만큼 손실이 발생했다.

표면금리는 연간 수익률이기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거래단가는 더 크게 떨어진다. 해당 채권 만기가 10년인 점을 감안하면 총 손실 규모는 20bp(2bp x 10년)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인수단이 받은 수수료 수준과 동일하다.

한국남부발전 10년물 채권은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대우증권, KB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이 나눠 인수했다.

올해 나온 회사채 중 만기가 가장 긴 20년물도 비슷하게 팔려나갔다. 발행 직후 표면수익률보다 1bp 높은 3.928%에 거래가 이뤄졌다. 만기 20년을 감안한 총 손실 규모는 수수료와 동일한 20bp였다. 거래량은 1300억 원을 나타냈다.

한국남부발전 20년물은 우리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이 인수했다.

◇ 사설 입찰, 일괄신고 제도적 맹점

금융당국은 최근 발전 공기업의 회사채 발행 과정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행에 나선 한국동서발전의 경우 주관사와 함께 금융당국에 불려가 금리 결정 과정 등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투자설명서와 첨부서류 제출 시점을 청약일 오전 10시 이전으로 제한하는 등 공시 관행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에는 수수료 녹이기와 지연공시 등을 방지하도록 창구지도를 실시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한국남부발전 채권의 사례는 금융당국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로 꼽힌다. 발행사의 저금리 욕구와 IB의 과당경쟁은 물론 사설 입찰제도의 맹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일괄신고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채권 시장에 고질적 관행이 단번에 해결되긴 어렵지만 금융당국의 의지가 전혀 먹히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창구지도와 같은 땜질식 해결책보다는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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