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3월 26일 1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GM이 산업은행에 한국GM 보통주 매각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한국GM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 합의서'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조항은 법적 강제성이 없으며 단순 요청 권한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지분 100%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GM의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GM과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체결한 GM대우차의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 합의서에 한국GM 보통주 매각 협상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한국GM 보통주 7070만 6150주(17.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매각 협상 조항의 경우 법적 강제성은 없다. 대신 1대 주주인 미국GM이 산업은행에 보통주 매각을 요청할 수 있고, 산업은행은 미국GM의 제안에 대해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GM과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12월 오랜 줄다리기 협상 끝에 장기 발전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안은 △산업은행의 이사 선임권(3인) 원상회복 등 소수 주주권 보장과 △GM과 GM대우차 간 비용분담협정(CSA) 개정 △GM대우차 우선주에 대한 GM의 상환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합의서 협상 과정에서 미국GM은 산업은행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2조 3000억 원 규모의 우선주 상환을 미 GM본사가 보증하기로 했고, 주주간 계약서를 수정해 주주총회 특별결의안건 비토권 지분율을 15%로 낮추는 등 경영견제장치도 회복했다. 무엇보다 비용분담협약(CSA.Cost Share Agreement) 개정을 통해 기술 소유권을 되찾아 오면서 한국GM 독자 생존 방안을 마련했다.

미국 GM이 현지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시점에 한국GM 우발 채무 가능성을 공론화한 것이 협상 주도권 확보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한국GM은 보통주 매각 협상 조항만은 끝까지 산업은행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협상 조항을 합의서는 넣는 것으로 이견을 조율했다.

GM 입장에서 잔여 한국GM 보통주는 '눈엣가시'다. 2대 주주 지분 탓에 한국GM 경영권 행사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산은은 한국GM의 주주총회 특별 결의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다. 또 GM이 한국GM의 자산 5% 이상을 관계사에 매각할 경우 산은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GM은 경영권 회복을 위해 줄곧 산업은행에 보통주 매입을 요청해 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2010년 체결한 합의서가 산업은행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근거가 된 셈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자금 대출을 포함해 밀접한 주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협상을 진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보통주 매각 시 한국GM 이전과 고용 불안 등 후폭풍이 거센 만큼 쉽게 매각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외국인 자본 출자 규제가 있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해외 계열사 지분을 100% 확보하면서 일원화된 글로벌 경영 전략을 펼친다"며 "하지만 한국GM의 경우, 산업은행이 2대 주주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2대 주주와의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보통주 매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 역학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