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4월 14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전방위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사업 효율성 제고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 적용 대상에서도 벗어났다. 오너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덩치가 더 큰 핵심 계열사와 합병하면서 자연스럽게 규제 범위 이하로 오너가 지분율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영업 양수도를 통해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비율도 떨어뜨렸다.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은 철저히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고,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곳이 규제 대상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NS, 삼성석유화학이 적용 대상 계열사로 꼽혔다.


공교롭게 이들 세 계열사는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 계획에 모두 포함됐다. 최근 합병과 영업 양수도 절차를 거치면서 해당 계열사들은 지배구조와 사업 매출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삼성SNS의 경우,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45.69%)인 계열사로 내부 거래 비중도 55.62%(2833억 원)에 달했다. 오너 지분율과 내부 거래 비중 모두 규제 범위에 해당됐다.


하지만 삼성SNS는 지난해 말 핵심 계열사인 삼성SDS와 합병되면서 규제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합병 결과 이재용 회장의 지분율이 11.25%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0.01%)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3.9%) 등 다른 오너 일가 지분을 모두 합쳐도 규제 대상인 20%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 합병건도 공정위 규제 회피 효과를 이끌어 냈다. 이부진 사장이 지분 33.18%를 보유하고 있던 삼성석유화학은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2658억 원 어치의 내부 매출 거래를 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로 공정위 규제 대상이 됐다.

최근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과 합병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산규모가 더 큰 삼성종합화학과 한 몸이 되면서 이부진 사장 지분율은 4.91%로 내려 앉았다. 삼성물산(33.99%)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고 뒤를 이어 삼성테크윈(22.56%)과 삼성SDI(9.08%), 삼성전기(8.97%), 삼성전자(5.25%) 순으로 주주 구성이 예상된다. 내부 거래 비율과 관계없이 오너 지분율이 급감하면서 삼성석유화학 역시 공정위 칼날을 피하게 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 부문을 양수 받으면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지배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내부 거래 비율을 크게 줄이면서 적극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다른 계열사와 총 1조 3918억 원 규모의 내부 매출 거래를 했다. 내부 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가 넘었다. 하지만 외부 매출 비중이 높은 패션 부문을 제일모직으로부터 가져오면서 내부 매출 비중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에버랜드는 약 3조 3881억 원의 매출 실적(1개월 치 패션부문 매출 제외)을 기록했다. 양수받은 패션 부문 연간 매출(1조 6554억 원)과 단순 합산하면 전체 매출은 5조 1808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1조 6554억 원의 내부 일감을 받았다. 따라서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31.95% 수준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15% 포인트 이상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다. 여전히 공정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상당 부문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사업부 재편이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효율성 제고와 함께 정부 규제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토한 후 전방위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