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리스크관리의 비밀 '원맨 원이슈' [CRO인터뷰]선제적 리스크관리 위한 직보 도입…김윤환 본부장 "내년 내부등급법 신청"
송주연 기자공개 2014-05-27 08:36:21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은행 리스크관리본부에는 직보(직접 보고) 제도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리스크관리 최고 책임자(CRO)인 본부장에게 발생 가능한 리스크 요인을 보고하는 이른바 '원 맨 원 이슈(One Man One Issue)' 제도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중간보고 단계를 없애고 부장과 본부장에게 직접 리스크요인과 개선방안을 제안할 수 있게 했다. 은행이라는 보수적인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파격'에 가깝다.은행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이슈여도 관계없다. 처음부터 "작은 것도 놓치지 말자"는 생각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면 대환영이다. 리스크관리를 위해서는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 '원 맨 원 이슈'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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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를 제안한 김윤환 리스크관리본부장(사진)은 "지금까지 문제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면 리스크관리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건물이 기울어지고 있다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해결하려고 나서겠지요. 위기가 눈에 보인다면 리스크관리본부가 필요 없어요. 알아서들 대처하니까요. 리스크관리는 눈에 보이는 위험이 없을 때, 남들이 위기라고 인식하지 않을 때 미리 준비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가지 이상씩 자유롭게 얘기를 하자고 제안한거죠."
김 본부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리스크관리 전문가다. 1986년 입행 후 인사팀장과 지점장을 맡았던 '잠깐의 외도'를 제외하면 은행원 생활 대부분을 리스크관리와 함께 했다. 김 본부장만큼 오랫동안 리스크 업무를 맡아온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그가 평상시 위험관리를 강조하는 것도 십수년 간 리스크관리자로서 수많은 위기상황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1997년 IMF와 2000년대 초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유럽발 금융위기까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굵직한 이슈는 모두 다 겪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리스크관리 업무를 계속 맡고 있었으니 고생한 걸 따지자면 말로 다 할 수가 없죠. 하지만 리스크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제대로 배웠습니다. 덩치 큰 은행들이 사라지고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도 부산은행이 살아남아 지금껏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리스크관리 역할이 컸으니까요."
부산은행은 경남은행 인수를 앞두고 리스크관리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표준모형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해 왔지만 내년부터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BIS비율을 산출하는 내부등급법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내부등급법을 도입할 경우 BIS비율이 떨어질 수 있어 그동안은 표준방법을 고수해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내부등급법 활용을 위한 틀을 이미 갖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경남은행 인수로 규모가 더 커지면 규모에 걸맞게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내년에 내부등급법 승인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경남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산하에 있으면서 이미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았으니 부산은행도 준비를 해야죠."
내부등급법을 도입할 경우 가계 및 소호여신과 같은 소매비중이 높아야 BIS비율 산정에 유리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클수록 BIS비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 소매여신은 위험가중치가 낮기 때문이다. 반면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여신, 그 중에서도 신용평가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 여신 비중이 높을 경우 BIS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신규대출의 70%까지 의무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실시해야 하는 지방은행들로서는 내부등급법 도입이 부담일 수 있다.
김 본부장은 "내부등급법 도입시 BIS비율이 소폭 하락 할 수 있다"며 "BIS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위험가중치가 높은 분야부터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같은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은행은 PF대출 비중이 크게 높지는 않아요. 현재도 워낙 예의주시하며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BIS비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PF 같은 고위험 분야부터 줄이는 등 여신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겠죠. BIS비율 관리는 철저하게 할 겁니다."
◆ 김윤환 부산은행 본부장 주요 경력
△1986.3 부산은행 입행
△1993.7 경영관리과 과장
△1999.1 리스크관리팀 차장
△2006.2 인사지원팀 팀장
△2007.1 리스크관리부 부장
△2012.12 수영 지점장
△2014.1 리스크관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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