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운용정책 '아주 미흡'…“개선 의지도 없어” [기금운용평가/고용보험·산재보험기금]7년간 특정 증권사에 자금 편중

이상균 기자공개 2014-06-23 12:20: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17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용보험기금과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이하 산재보험기금)은 이번 기금운용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았다. 최하 점수는 아니지만 1조 원 이상 기금들이 모두 '우수'와 '탁월' 등급을 받은 것에 비해 크게 낮은 평가다.

자산운용실적은 '양호' 등급을 받아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정책과 자산운용관리 등 비계량지표에서 '아주 미흡'의 평가를 받았다. 운용인력의 전문성, 투명성이 미흡하고 자산운용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여기에 수년간 지적받은 사항을 전혀 개선하지 않으면서 이례적으로 감점을 받기도 했다. 1년 전만 해도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국민주택기금이 별도의 투자풀을 조성한 노력을 인정받아 ‘우수' 등급을 받은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는 주요 기금의 여유자산 운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00년부터 기금운용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는 사업운영부문과 자산운용부문으로 나눠진다. 이중 자산운용부문은 홍익대 신성환 교수(단장) 등 15명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평가단이 맡았다. 1조 원 이상 4개 연기금과 경영평가 대상인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의 19개 연기금은 매년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외의 연기금은 2년에 한 번씩 평가를 받는다. 올해 평가 대상은 44개 기금으로 평가 결과는 탁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아주 미흡 등 6단계로 나눴다.

clip20140617143232

◇현금성자금에 회사채 포함시켜 수익률 왜곡

고용보험과 산재보험기금은 고용노동부에서 운용하고 있다. 이중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평잔 기준으로 5조 6041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7600억 원(15.7%) 늘어났다. 이중 1조 2955억 원(23.1%)이 단기자산, 4조 3086억 원(76.9%)이 중장기자산으로 운용되고 있다. 지난해 기금운용수익금은 1699억 원이다. 전체 운용수익률은 3.1%이며 중장기자산은 2.7%, 단기자산은 3.9%다.

산재보험기금은 지난해 평잔 기준으로 전년대비 1조 1755억 원(17.8%)이 늘어난 7조 7597억 원을 기록했다. 이중 1조 3848억 원(17.8%)이 단기자산, 6조 3749억 원(82.1%)이 중장기자산이다.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금은 2602억 원이다. 전체 운용수익률은 3.5%이며 단기자산 3.7%, 중장기자산 3.3%다.

두 개 기금의 운용규모는 13조 4000억 원으로 사회보험성 기금 중 두 번째로 크다. 하지만 운용실태를 살펴보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 산적해있다. 기금운용평가단은 "기금 규모에 부합하는 기금운용체계 전방의 개선, 즉 ALM(자산·부채 종합관리)을 통한 자산배분, 자산배분안의 효율적 집행, 외부 위탁기관에 대한 효율적 관리 감독,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 기금운용에 대한 평가 및 효과적 피드백 등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들 두 기금은 적정 단기자산 규모 산출이 잘못됐다. 월별 현금성 자금 운용현황을 살펴보면 순지출이 가장 컸던 3월의 6914억 원의 약 2배에 가까운 1조 2955억 원(전체 자산의 23.1%)을 연평잔으로 운용하고 있다. 적정 단기자산 규모인 6839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많고 월별 평균 순지출 규모(4660억 원)의 3배에 육박한다. 적정 단기자산 운용규모 산출과정에 상당한 오류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오류는 듀레이션 0.9년물 회사채 1조 2765억 원(고용보험 6968억 원, 산재보험 5797억 원)을 현금성자금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채 수익률이 단기자산 수익률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에 단기자산 수익률이 왜곡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의 단기자산운용 수익률은 각각 3.94%와 3.74%로 기준수익률(2.65%)에 비해 크게 높았다. 기금운용평가단은 "기금의 적정 유동성 산출은 기금운용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면서 "하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모두 심각한 착오로 단기자산이 과다 산출되면서 지난해 자산운용의 전반적인 틀이 잘못 잡혔다"고 지적했다.

◇13조 원 관리하는 인력이 고작 3명

자산별 기준수익률 설정도 잘못됐다. 주식의 경우 여타 연기금과 달리 배당을 기준수익률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을 여러 차례 지적받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체투자 상품인 실물자산과 PEF 등의 기준수익률을 회사채 3년물(신용등급 A-)로 설정한 점도 지적 대상이다. 고용보험기금이 채권형의 기준수익률도 회사채 3년물(신용등급 A-)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투자와 채권형의 기준수익률이 같은 것이다.

자금배분기준이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특정증권사에 자금을 편중시킨 점도 지적을 받았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기금은 단기자산을 증권사 3곳에 각각 3236억 원, 3025억 원, 4731억 원을 배분해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2007년부터 2013년 말까지 무려 7년간 한 번도 증권사를 교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금운용평가단은 "운용 성과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차등 배분해야 하지만 특정 증권사에 자금이 편중됐다"며 "운용 증권사 선정 및 사후관리의 투명성이 매우 미흡하다"고 해석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기금이 단기자산을 증권사가 판매하는 상품에 전액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른 연기금들이 대부분 일임투자를 하는 것에 비해 수수료가 이중 지급되면서 운용보수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중장기 자산의 경우 환매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성과 부진 시 제재조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력의 전문성과 체계, 관리도 부실했다. 13조 원이 넘는 기금자산의 운용과 리스크 관리, 성과관리를 고작 6명이 맡았다. 소수 인력에 권한이 집중된 것이다. 기금운용평가단은 "자산운용과 성과평가, 위험관리는 상호 독립적으로 이뤄져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기금은 해당 분야를 담당하는 실무자가 동일 팀에 속해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이 팀장 1인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두 기금이 수년간 지적 받은 사항에 대해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적정 단기자산 규모의 과다 산출 △위탁운용사에 대한 사후관리 철저 △자산군별 기준수익률 재설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기금은 지적사항 개선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감점 2점을 받았다.

기금운용평가단은 두 기금에게 세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현재 기금운용조직을 기금규모에 맞게 확대 개편해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기금운용조직을 외부 독립기구로 별도 분리하는 방안, 외부 전문기관에 기금자산을 전액 위탁하는 방안 등이다. 첫 번째 방안은 국민주택기금처럼 별도의 투자풀을 조성하는 것이며 세 번째 방안은 연기금투자풀에 위탁하는 것을 의미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