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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공판쟁점 '물산 구조조정' 재구성해보니… 검찰 공세 속 "채권단 요구로 합병, 회계처리도 생존 위한 선택"

김익환 기자공개 2014-07-01 08:45: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30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재판에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 진행된 '구조조정'이 이슈로 떠올랐다. 구조조정의 하나인 효성그룹의 효성물산 합병과 뒤따른 분식회계를 놓고 검찰과 효성이 치열한 법리논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은 합병이 '조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어진 분식회계 역시 그룹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 검찰 "조 회장, 손실 막으려 효성물산 합병"

검찰은 조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 효성그룹의 구조조정이 추진됐고 이어진 분식회계를 통해 다양한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의 합병을 진행한 것이 조 회장의 개인자산 손실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판단이다.

조 회장은 당시 500억 원대 재산을 차입금의 담보용도로, 300억 원 안팎을 빚보증 형태로 효성물산에 제공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부실이 깊어진 효성물산을 파산시키지 않고 효성이 합병으로 끌어안은 것도 조 회장이 효성물산에 제공한 800억 원대 자산의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효성은 당시 물산을 합병하면서 덩달아 수천억 원대 부실채권도 떠안았다. 이후 부실채권을 상각처리하지 않고 채권 원금(5010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위장했고, 채권 회수 자금으로 설비를 구매한 것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매년 해당 설비의 감가상각을 하는 형태로 8900억 원의 회계분식을 진행했다.

이런 분식회계로 1237억 원의 조세를 포탈했고,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분식회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500억 원의 위법배당을 챙겼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 채권단 요구로 합병...조 회장, 효성물산 정리 의지

당시의 상황과 주변 여건을 재구성해보면 효성물산 합병 배경이 검찰 측 주장처럼 조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효성의 외환위기 구조조정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추진됐다. 1990년 중반 그룹 종합조정실내 경영혁신팀이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렸고 맥킨지의 컨설팅을 받아 1998년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효성은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자산매각·사업부문 청산 등을 담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효성바스프, 효성ABB,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매각했고 동광화성을 비롯한 3개 계열사 청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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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경영사학회(경영사학 제20집 제4호)

당시 효성그룹 부실의 원흉은 효성물산이었다. 효성물산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여타 종합상사처럼 밀어내기 수출로 매출을 부풀렸다. 외상으로 물건을 팔아 매출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외상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부실채권이 크게 늘었고 덩달아 해외법인의 부실이 커졌다. 외환위기로 외화차입금 금리가 뛰면서 효성물산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 까닭에 구조조정의 핵심은 효성물산 처리방식이었다.

효성은 당시 효성물산의 청산·법정관리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 효성물산을 정리하기 위해 법률검토를 진행했고 조 회장도 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게 효성 측 주장이다. 당시 효성의 주거래은행이었던 한일은행의 이관우 행장 자서전 '장미와 훈장'에서도 조 회장이 물산에 대해 청산 또는 법정관리 신청을 추진할 뜻을 내비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청산·법정관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은 '꼬리 자르기'의 역풍 때문이었다는 것이 효성 주장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당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는 계열회사의 부실을 오너일가나 여타 계열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회사가 자체노력 없이 계열사를 정리하면 그 부실을 금융회사가 대신 떠안을 수 있어서다. 이관우 행장도 "살리려면 다 살리고 죽이려면 다 죽여야 한다"며 효성물산 청산을 반대했다.

종합해보면 조 회장은 효성물산을 살리기보다 정리하기를 원했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효성물산을 합병했다. 조 회장이 사적이익을 취하기 위해 효성물산을 합병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효성 등의 주장이다. 아울러 조 회장이 효성물산에 지급보증 등을 제공했는 지에 대해선 검찰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효성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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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경영사학회(경영사학 제20집 제4호)

◇ 분식회계, 그룹 생존 목적?

효성물산 부실을 분식회계로 감췄다는 검찰의 주장은 효성도 인정하고 있다. 분식회계 수법도 검찰이 제시한 내용 그대로다.

하지만 효성은 분식회계는 그룹의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이란 입장이다. 효성물산 합병 당시인 1998년에는 금융당국 주도로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던 때였다. 기업 빅딜을 추진했고 부실기업 퇴출에도 속도를 냈다.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부채비율 200%'를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해 이를 넘어서는 기업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효성물산 합병에 따른 수천억 원의 부실을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했다면 효성의 부채비율은 200%를 훌쩍 넘어갔다. 이 경우 그룹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고, 존폐기로에 섰을 것이란 게 효성의 주장이다.

효성 변호인단은 "금융기관들은 효성이 부실을 공개하자마자 대출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자금줄이 끊긴 효성은 그룹 전체가 파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와 효성 임직원, 채권단과 정부 몫"이라며 "효성 입장에서 그룹의 생존과 수만 명에 달하는 효성의 임직원 생계를 위해 부실을 떠안고 가자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효성은 이후 분식회계에 대해 고백했고 2400억 원의 세금을 지난해에 모두 납부했다. 효성은 성공한 구조조정이라는 법적근거를 제시하며 조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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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경영사학회(경영사학 제20집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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