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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동부패키지 인수 거부의 의미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4-07-07 08:33:09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4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지 100일여가 지났다. 그동안 포스코에는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수장이 들어섰으니 조직이 개편된 것은 당연지사.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의 가치경영실을 만든 일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큰 변화가 유례 없는 구조조정 단행 준비에 들어간 일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계열사 기업공개(IPO), 유니온스틸 지분 인수 등 다양한 개편안이 거론됐다. 국가기간산업을 수십 년간 도맡아 온갖 이익을 누려왔던 과거의 포스코와는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포스코가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바로 산업은행이 '관치 논란'까지 무릅쓰며 제안했던 동부패키지(발전당진+인천스틸) 인수를 거절한 일이다.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권 회장은 직접 동부패키지 인수 검토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재무적 영향과 사업시너지를 볼 때 인수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을 내렸다는 말과 함께였다.

동부패키지 인수를 포기하자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단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제안하며 동부패키지 딜(Deal)을 밀어붙였다. 정부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이 같은 요구를 했다는 것은 곧 정부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평가됐다.

정부 차원에서 동부패키지 매각을 포스코로 밀어붙일 만한 배경도 있었다. 중국 철강사에서 동부인천스틸에 대한 인수 의지를 보였다. 정부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인 만큼 해외매각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기술의 유출과 국내 시장에 저가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올 우려가 컸다. 국내에서 이를 사갈 만한 철강사는 오직 포스코 뿐이었다.

포스코는 2000년 이후 민영화가 이뤄졌지만 정부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낙하산 인사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국가 차원에서 대형 매물이 나오면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꾸준히 올랐던 것도 강제가 가능한 곳이란 판단이 뒤따른 경우가 많았다. 동부패키지 인수를 포스코가 받아들일 것이란 시장 평가가 꾸준히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권 회장은 산업은행이 밀어붙인 동부패키지 인수를 선택하지 않았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외압에도 굴하지는 않을 것'이란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 공기업의 이미지, 정치권에 번번이 흔들리던 포스코가 달라진 것이다. 과거 모습을 상기해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변화로 보인다.

권 회장은 아직까지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많다.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란 원대한 목표를 세웠지만 구체적으로 뭘 할지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향후 행보도 어떤 것보다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결과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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