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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김우중과 GM 호샤의 장외 설전 [thebell note]

권일운 기자공개 2014-08-29 09:18:0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28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십수 년 전쯤 '티코 시리즈'가 한창 유행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대우자동차가 출시(정확히는 대우중공업이 생산)한 국내 최초의 경차 티코를 소재로 한 유머다. 티코가 아무리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출발하지 않는 이유가 타이어에 껌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승용차 티코와 함께 대우의 '경차 3인방'을 형성한 상용차도 있었다. 티코와 같은 배기량 800cc짜리 승합차 다마스와 트럭 라보. 폭은 여느 1톤 트럭이나 9인승 승합차보다 훨씬 좁지만, 높이는 비슷했던 탓에 '급하게 커브를 돌면 넘어질 수 있다'는 루머가 유포되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이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대우 경차 3인방이지만,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300만 원을 조금 더 주면 살 수 있는 티코는 수많은 청춘들의 첫차가 됐고, 500만 원도 안 하는 라보를 타고 온 가족을 먹여살리는 가장들이 수두룩했다.

대우차 입장에서도 티코의 존재 가치는 남달랐다. 티코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보인 마티즈는 세계 각국으로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갔다. 해외 여행지에서 마티즈를 보고 애국심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대우차의 후신인 한국GM은 마티즈를 토대로 글로벌 GM의 표준 경차 모델 스파크를 생산하고 있다.

2001년 처음 출시된 뒤 별다른 개선 없이 생산되던 다마스와 라보는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해 지난해 말 생산이 중단됐다. 하지만 다마스와 라보를 원하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워낙 컸던지라 한국GM은 규제 기관과 협의를 거쳐 재생산을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한국GM이 다마스와 라보를 재출시한 시기에 대우 경차 3인방의 산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입을 열었다. 회고록을 통해 "정부가 쓰레기 취급한 대우차가 GM에 헐값 매각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한 김 전 회장은 "대우중공업에 있던 티코 생산라인도 대우차와 함께 거저 넘겼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회장님' 신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티코를 몰고 다닐 정도로 경차 3인방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회고록을 통해 대우차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티코와 마티즈를 언급할 정도였다. 각별한 관심을 쏟은 경차 3인방이 '스테디 셀러'로 자리매김해 한국GM의 대표 차종이 됐다는 점을 보면 충분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 법 하다.

시기가 미묘했던지라 27일 열린 다마스·라보 재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에게 김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호샤 사장은 "나도 14년 뒤에 한국을 다시 찾아와 회고록을 낼 계획"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국GM 측이 "호샤 사장의 발언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전해졌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말로는 뭘 못하겠느냐'는 뉘앙스가 다분했다.

호샤 사장은 이어 생산량과 고용확대, 수출 기여도 측면에서 한국GM이 대우차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늘어난 생산량과 직원, 수출국가 수를 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해당 질문이 나올 것을 충분히 염두에 둔 듯 했다.

부당한 이유로 실패를 겪었다는 입장인 김우중 전 회장은 대우차의 '만약'을 이야기했다. 호샤 사장은 대우차를 인수한 GM이 기울인 노력과 그간 일궈낸 성과를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다. 김 전 회장의 회고록이 거짓이기야 할까만 적어도 대우차 매각 과정이 합당했는지에 대한 찬반은 엇갈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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