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9월 12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치경영실이 만들어진 후 보고라인에 혼선이 있다. 구상 중이던 재편안이 외부에 새어나가 '맞다', '아니다' 확실한 언급을 못했던 것도 이 같은 혼란 탓이다. 기존 재무·전략 부문과 업무가 중첩돼 구조조정 확정이 더뎌지고 있어 내부에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권오준 회장 취임 후 몇 달 뒤 포스코의 한 관계자가 전했던 말이다. 권 회장 체제 출범과 동시에 신설된 가치경영실과 기존 재무 업무 핵심 축이었던 경영전략팀 등의 충돌에 대한 언급이었다.
가치경영실이 생긴 것은 권오준 회장이 부임 후 고강도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재무·전략에서부터 구조조정 틀을 짜는 업무를 중점적으로 관리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다만 기존 재무·전략 부문도 존속하며 업무를 이어갔다.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가치경영실을 밀고 나간 것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경영 전략 업무를 담당한 인사들에게 모든 일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의 발로였다. 권 회장은 정 전 회장 시절 5년간 과도한 M&A 등으로 포스코가 위기에 몰렸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업력이 오래된 기존 재무·전략 부서를 전폭적으로 손 대기도 어려웠다. 특이한 조직구조가 형성된 배경이다.
이처럼 혼선만 키우고 있던 가치경영실이 최근 포스코에 이전과 전혀 달라진 모습을 심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이 추진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여겨졌던 동부패키지 인수를 거절한 것이 결정적이다. 물론 권 회장의 의중이 가장 강하게 작용했겠지만 인수 후 통합(PMI)까지 제반 사안을 이곳에서 고민했고 최종 '거부'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알짜배기'로 여겨졌던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결정한 것도 가치경영실의 역할이 컸다. 포스코특수강은 국내 스테인리스 특수강 생산부문을 독점하던 기업이다. 장기간 포스코에 대규모 현금(EBITDA)을 안겨줬던 회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포스코특수강을 떼어내기로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우량기업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가치경영실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소수 사례를 제외하면 권 회장이 '철강(포스코)만을 제외한 모든 곳을 구조조정한다'고 천명하며 가치경영실을 신설한 이후 지난 7개월간 종적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더디다. 포스코특수강을 제외하면 그동안 내놓았던 매물이라고는 LNG터미널,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등이 손꼽힐 정도다. 팔아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곳들이다.
정작 재무구조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쳤던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여부는 꺼내들지조차 않고 있다. 매각을 확실히 철회한 것도, 그렇다고 추진을 공식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어중간한 상태로 지난 몇개월을 지지부진 끌어오고만 있다. 그토록 두려워하는 신용평가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이제는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가치경영실이 앞장서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기성 조직과 가치경영실의 여전한 불협화음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는 가치경영실 수장이 '임시직'에 머물러 있어 한계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한다. 실장을 맡고 있는 조청명 대우인터내셔널 전무가 아직까지 '직무대행'이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언급했던 구조조정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장을 앉히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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