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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발전의 무분별한 금리 욕심 [thebell note]

황철 기자공개 2014-11-03 11:32:27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8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남동발전이 채권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진기록'을 세웠다. 크레딧물로 분류되는 일반 회사채를 무위험 자산인 국고채와 동일한 조건으로 발행하기로 했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주 치러진 입찰에서 3년물 회사채 금리를 국채와 같은 수준에서 결정했다. 5년물 수익률도 단 4bp 높은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수급의 논리로도, 우량채의 초절정 인기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황당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상적인 시스템으로는 인수 증권사나 투자자의 손실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

채권 투자자가 앞으로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회사채 수익률이 국채 금리를 역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제 아무리 발전 공기업 채권이라 해도 신용 스프레드가 마이너스는커녕 제로(0)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기 보유를 전제로 한 투자일 수 있지만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무위험 자산인 국채를 놔두고 가격 변동성이 높은 회사채를 동일한 금리로 매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

결국 이번 채권 금리 결정 과정에는 시장 논리와는 전혀 무관한 의도가 개입해 있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동안 숱한 논란과 우려를 야기해 온 발전 공기업의 금리 욕심이 극단적인 결과로 나타났다는 게 시장참가자 다수의 지적이다.

시장 컨센서스를 벗어난 비정상적 금리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는다. 그동안 한국남동발전의 채권 발행 과정에서 수수료 녹이기와 같은 회사채 시장의 대표적인 불건전 영업 관행이 횡행했던 이유다.

이번 국채 수익률로 발행한 3년물 회사채의 경우 금리 왜곡 수준이 과거보다 심해 정상적 매매로는 인수 증권사와 투자자가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수수료 녹이기는 기정사실이 됐고 이에 더해 자산유동화 등 별도의 차익 실현 방책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사전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일괄신고채권의 특성상 시장 소화 자체는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금리 욕심을 채운 발행사 △역마진 영업으로라도 인수실적을 쌓은 증권사 △수수료 녹이기로 수익률을 맞춘 투자자 모두 윈-윈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국채 금리 발행은 단순히 시장참가자 몇몇의 문제로 치부할 성질은 아닌 듯 싶다. 비슷한 사례가 확산할 경우 신용스프레드로 대변되는 크레딧 시장의 질서가 빠른 속도로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는 물론 국채, 특수채, 지방채, 은행채 등 채권시장 전체의 가격 결정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일괄신고채권이나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의 금리 왜곡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의 사례를 예외적 사건으로 단순 치부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일괄신고채권의 불투명한 금리 결정 과정에 시정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논란이 제기될 때 뿐, 오래지 않아 유야무야됐다. 당국의 통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시 한번 시장참가자의 자율적 정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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