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해운, 창립 58년만에 지주사 설립 이유는 전문경영인 박정석·신용화 사장, 창업주 2세 이동혁 제치고 경영권방어 '관측'
이경주 기자공개 2014-11-10 08:38: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06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해운이 창립 58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창업주 2세를 제치고 고려해운의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박정석 사장과 신용화 사장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안전판을 구축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정석·신용화 사장은 전문경영인 2세들이자 사돈관계로 이들 일가는 고려해운 지분율에서 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 이동혁 회장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해운의 지주회사 고려HC는 지난 2012년 말 박정석·신용화 사장 일가의 출자로 설립됐다. 이에 따라 1954년 설립된 고려해운은 58년만에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고려HC는 지난해 말 기준 박정석 사장의 장인이자 신용화 사장의 부친인 신태범 KCTC 회장이 43.3%, 박정석 사장이 24.7%, 박정석 사장의 동생 주석씨가 23.8% 보유하고 있다. 이동혁 회장은 투자자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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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HC는 다시 고려해운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정석 사장과 동생 박주석씨도 각각 지분 2.8%, 2.07%를 직접 보유해 박정석·신용화 사장 일가가 보유한 고려해운 지분율은 총 46.87%다. 이는 이동혁 회장 지분율 40.87%보다 6%포인트 높은 수치다. 박정석·신용화 사장 일가가 지분율에서 이동혁 회장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박정석 사장은 고려해운 전문경영인으로 회장까지 역임했던 박현규 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의 장남이다. 신용화 사장의 부친 신태범 회장도 고려해운 회장을 지냈다. 두 집안은 박정석 사장이 신태범 회장의 딸 신정애씨와 결혼하며 사돈관계가 됐다.
이들은 사돈연합을 구축해 고려해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으며 약 20년간 고려해운 대표이사직을 수행한 이동혁 회장의 퇴진(2004년)으로 이어졌다. 대신 2007년 박정석·신용화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박정석·신용화 사장이 고려해운을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이유는 이동혁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측된다.
기존 지분구도에서는 신태범 회장이 지분을 신용화 사장에게 물려줄 경우 막대한 증여세가 발생하고, 이를 신용화 사장이 감당할 재원이 없다. 국세물납제도를 이용해 물납하게 될 경우 지분율이 하락해 이동혁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신태범 회장이 올해 86세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까지 지분을 한주도 신용화 사장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지주사 전환 전 고려해운의 지분구도는 신태범 회장이 18.2%, 박정석 사장이 13.17%, 주석씨가 12.06%로 사돈연합이 총 43.43%이며 이동혁 회장은 현재와 같다. 하지만 신태범 회장이 유사시 최고세율 50%로 신용화 사장에게 상속을 하고 이를 물납으로 충당할 경우 사돈연합의 지분율은 34%수준으로 하락해 이동혁 회장 지분율을 크게 밑돌게 된다.
국세물납제도란 현금이 부족해 납세자가 상속·증여세 등을 주식과 같은 현물로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물납된 비상장증권은 기획재정부에 귀속되며 이후 매년 가치 평가를 통해 산출한 매각 예정가격을 증권분과위원회에서 의결한 후 인터넷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OnBid)'에서 공매를 통해 다시 팔린다.
고려해운의 경우 물납주식이 공매로 나올 경우 이동혁 회장이 경영권 회복을 위해 공격적으로 매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는 국세물납제도가 다소 바뀌어 현금납부를 해야 한다. 이는 '현금화' 과정까지 거쳐야 해, 증여세 부담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으로 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
신태범 회장이 고려HC 주식 43%를 최고 세율로 상속해 이를 물납으로 충당한다 하더라도 지주사의 고려해운 지배력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고려HC 물납주식이 공매로 나오고 이를 이동혁 회장이 사들인다 하더라도 사돈연합의 고려HC 지분율이 70% 수준이 되기 때문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지배구조 컨설팅업체 한 전문가는 "신태범 회장이 86세 나이에도 지금까지 승계를 미룬 이유는 증여세부담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는 아직까지 신용화 사장이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증여세납부 최후 수단인 물납을 고려해 경영권방어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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