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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타법인지분 매각, 차입여건 개선될까 재무효과 미미,추가 매각도 한계…자구노력 통한 신뢰 회복 선행

황철 기자공개 2014-11-24 11:30:52

이 기사는 2014년 11월 21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상 최악의 유동성 난을 탈피하기 위해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계열 조선사가 보유한 상장주식을 잇따라 매각해 수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대규모 영업손실과 선수금 유입 감소에 따른 현금 과부족을 메우기에 턱없이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재무적 효과나 신용도 개선을 바라기에도 부족함이 많다는 분석이다.

물론 자구 노력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데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추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추락한 평판을 끌어올릴 경우 자본시장 접근성의 경색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재무개선 자체보다는 원활한 차입 조달을 위한 일종의 '펌프' 역할 유도를 위해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차환 리스크, 유동성 경색 여전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보유 주식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충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KCC 보유지분 80만3000주 전량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해 4152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미포조선도 포스코 지분 87만2000주를 2865억 원에 처분했다.

그룹을 떠나 양사의 재무상황만으로 따지면 건전성 제고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업황부진에도 아직은 조선업계 최강의 재무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대규모 적자와 현금흐름 경색으로 외부 조달이 늘었지만 3분기말 개별 기준 순차입금은 1918억 원으로 그리 많지 않다. 이번 보유 지분 매각까지 합하면 한시적으로라도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3분기 말 3002억 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이 7000억 원 이상으로 늘게 된다. 1조5889억 원까지 치솟았던 순차입금을 1조 원 초반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연결

문제는 최근 조선업황 부진과 이들 기업의 실적 전망을 볼 때 이 정도 재무효과로는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만 해도 올해 실적과 영업현금창출력 저하가 워낙 심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8510억 원으로 영업적자가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6619억 원에 달했다. 영업현금흐름과 잉여현금흐름은 -1406억 원, -2022억 원까지 떨어졌다.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같은 기간 영업손실 4834억 원, 당기순이익도 3395억 원의 적자를 입었다. 영업현금흐름 역시 -2759억 원으로 저하됐다.

이번 손실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자체적인 평가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저선가 상선물량의 건조에 따른 추가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의 시각이다. 영업상의 자금 과부족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 문제가 다시 심화할 수밖에 없다.

3분기까지 무려 2조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이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상황이 더욱 안좋다. 당장 50%를 넘어서는 단기성차입금 비중부터 유동성 부담으로 다가온다. 3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6조8802억 원. 이중 1년내 만기도래분은 3조6825억 원에 달한다.

규모가 규모이다 보니 이에 대한 리파이낸싱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부상했다. 단기차입비중이 점점 늘고 있는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마찬가지. 최근 조선사에 대한 냉각된 인식과 신용도 하락 등의 악재를 감안하면 AA급 기업이라 해도 조달 여건 변화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영업력 회복 없인 근본적 해결 불가능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 지분을 추가 매각해 앞으로도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들 3개 조선사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은 3조 원 가량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차입부담이나 저조한 현금흐름을 감안하면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는 언제든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턱대고 자산을 팔다가는 오히려 신용도 개선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재무적 버퍼의 축소가 양날의 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업황 회복과 함께 영업현금창출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것 않는 이상 외부조달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보유지분 매각이 재무건전성 제고라는 표면적 이유 이상의 기대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급격한 평판 악화로 떨어진 자본시장 접근성을 끌어 올려 향후 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보유지분 매각에 따른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라며 "신용도 하락 등으로 떨어진 평판이 더 큰 문제인데, 조선업황 개선 때까지 돈맥경화를 막으려면 원활한 외부차입을 유도할 만한 뭔가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번 보유 지분 매각은 그룹 차원의 재무개선 의지와 보유지분을 활용한 재원 마련 가능성을 시장에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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