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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수빅조선소의 핵심 전략 '현지화'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14-12-04 10:01: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02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주 한진중공업의 해외 조선 기지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다녀왔다. 길이 550m, 폭 135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6도크와 현지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조성한 한진빌리지 등을 직접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안진규 수빅조선소 법인장(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제시한 수빅조선소의 미래 핵심 전략은 단연 '현지화'였다. 안 사장은 "당장 어렵다고 영도조선소와 필리핀 건설현장에 있는 국내 인력들을 수빅조선소로 데리고 오는 것은 현지화 전략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지 인력들을 차근차근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한 수익성의 극대화다. 수빅조선소 현장 인력의 평균 연봉은 300만~400만 원 수준으로 국내 조선 빅3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인 7000만~8000만 원 대비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조선소보다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8년간 현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왔다. 실제로 2만 5000명에 달하는 수빅조선소 전체 직원 중 국내 인력은 300~400명에 불과하다. 99%가 현지 인력인 셈이다. 대규모 주택 단지인 한진빌리지를 조성하는 등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 현지화 안착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현지화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수빅조선소의 당면 과제는 인력들의 기술 숙련도 향상이다. 용접부터 설계에 이르기까지 현지 조업자들의 역량이 국내 인력에 비해 크게 부족한 점은 수빅조선소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수빅조선소가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의 제조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인력 개개인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수빅조선소는 SDC(Skill Development Center)라는 훈련원 운영을 통해 현지 인력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필리핀 정부와의 제휴를 통해 인력들의 무분별한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빅조선소가 국내 조선사 못지 않은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먼 훗날의 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2008년 글로벌 경기가 무너진 후 조선사의 수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 수 없이 커졌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배를 만들어 달라며 뭉칫돈을 가져 오던 시기는 다시 도래하지 않을 거라는 점에서 인건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의 확보는 조선사의 숙명이 됐다.

일례로 삼성중공업은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조선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파업을 불사한 노동조합과 길고 긴 임금 협상을 벌이고 있다. 모두 인건비 절감을 위해 추진 중인 사안이다.

올해 초 모 경제연구소는 10년 후 국내에 남아 있을 조선소는 한진중공업 뿐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으나 그만큼 수빅조선소가 선제적으로 구축한 원가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꾸준하게 추진한 현지화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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