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家 ‘조용한 가족, 조용한 장례식' 고 한경진 여사, 미술관 사업 '검소한 부' 실천...신문로 자택서 비공개 장례식
길진홍 기자공개 2014-12-11 08:12:06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0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지하철3호선 경북궁역을 나와 통의동 골목길 어귀 주택가에 이르면 작지만 멋스러운 모습의 대림미술관이 나온다. 본래 일반 주택이던 것을 대림산업이 120억 원을 들여 미술관으로 개조했다.대림미술관은 다른 재벌기업들이 운영하는 미술관과 달리 대중성 짙은 작품들을 주로 전시해왔다.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술관 문턱을 대폭 낮췄다. 영화표 한 장 값만 있으면 누구든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다. 때문에 미술관은 평일 점심이나 주말이면 주변 직장인들과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뉴욕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를 비롯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 디자이너 거장 디터 람스 작품들이 이곳을 찾았다. 모두 순수미술과는 거리 먼 작품들이다. 지금은 한창 폴 매카트니 아내인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실험적인 미술관 운영이 호응을 얻으면서 대림미술관은 어느덧 서울 서촌의 명소가 됐다.
대림미술관은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한경진 여사의 손때가 묻은 공간이다. 그는 지난 1996년 대림문화재단 설립 당시부터 미술관 업무에 관여했다. 생전에 그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미술관에 출근했다. 전시 섭외에서부터 대관 업무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한 여사는 늘 대중과 소통하고, 일반인들이 예술을 더욱 쉽게 즐기는 방안을 찾는데 고심했다고 한다. 생전 그의 공식적인 대외 직함은 대림미술관 이사장이다. 지금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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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럽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 검소함을 추구하는 모습은 대림산업의 경영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대림산업은 '근면 성실 창의'의 창업 정신을 기초로 건설 외길을 달려왔다. 재계서열 19위의 기업이지만 유난스럽거나 번잡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늘 '조용한 가족, 조용한 회사'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는 창업주인 고 수암 이재준 회장으로부터 유래한다. 평소 '겸손한 부'를 중시하며 몸소 근검절약을 실천한 그의 기업가 정신은 오늘 대림산업을 있게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수암의 정신은 이준용 회장을 거쳐 이해욱 부회장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대림산업 오너일가는 또 유난히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싫어한다. 오너일가 경조사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점도 이 같은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족사와 기업경영 간에도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올초 이 회장의 모친이 돌아가셨을 당시에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장례비 등의 일체를 오너일가에서 부담했다. 이 회장의 3남인 해창 씨가 결혼할 때 청첩장에 시간과 장소를 밝히지 않은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친인척에 경사를 알려 결례를 피하고, 대신 축의금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 여사의 장례도 서울 신문로 자택에서 친인척과 지인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졌다.
한 여사는 충남 천안의 보통집안 출신으로 이화여대를 나와 1965년 이 회장과 결혼했다. 이 회장과 사이에서 진숙, 해욱, 해승, 해창, 진수 등의 5남매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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