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빛바랜 '빅배스' 효과 노조 파업 못막고 재무개선 '미미'..재무약정 포함되나
김장환 기자공개 2014-12-18 08:26: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6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손실을 단번에 떨어낸 빅배스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키운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기본적으로 빅배스 실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됐던 노조의 파업을 결국 막지 못했다. 여기에 재무부담 가중으로 내년에는 재무개선약정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5일 임금 단체협약을 두고 노사간 교섭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임금 부문은 논의 조차 시작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17일 오전 9시부터 7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4일에 이어 3번째 부분파업이다.
올해 들어 역대 최악의 실적을 보인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까지 별도기준 1조9146억 원에 달하는 누적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사우스, 슈퀘이크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서만 6000억 원대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탓이 컸다.
현대중공업은 관련 손실을 순차적으로 떨어낼 수도 있었다. 분기마다 조금씩 손상 처리를 했다면 올해처럼 갑작스럽게 '어닝쇼크'가 발생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단번에 손실을 떨어낸 것은 빅배스 효과를 누리기 위한 목적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실을 부각시켜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내부 판단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는 해석이다.
일단 임원진 교체를 앞두고 전임자 시절 발생한 부실을 떨어내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9월 권오갑 사장이 현대중공업 대표로 부임하기 직전 빅배스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의 경영 성과는 4분기 본격 반영된다. 전임자 시절 발생한 손실을 교체된 경영진이 짊어지고 가게 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 그룹 차원에서도 '경영진 교체가 잘 한 일이었다'는 점을 부각 시키기 위해서는 전과 후 성과 차이가 클수록 좋았다.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은 노조와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19년간 무분규로 노사간 임단협이 잘 마무리돼 왔지만 올해는 노조에서 임금 인상폭을 크게 요구하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파업을 막기 위해서는 회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 보다 유리한 면이 많았다. 빅배스를 단행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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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은 결과만 낳았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무여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재무개선 약정 대상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매년 4월경 주채무계열을 선정하고, 채권단은 이들에 대한 평가를 거쳐 재무개선약정 대상 기업을 확정한다. 신용공여액(17조7000억 원)으로만 보면 현대중공업은 이미 재무개선약정에 포함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대상에 섞이지 않은 것은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추이를 봤을 때는 내년에도 재무약정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란 장담을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재무지표인 부채비율이 급상승했다. 연결기준 지난해 말 180%였던 부채비율이 올해 9월 말 기준 220%까지 상승했다. 채권단에서 통상 안전선으로 거론하는 200%를 훌쩍 넘었다. 각종 수익성 지표 역시 나빠졌다.
현대중공업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위기 극본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5일 4300억 원에 달하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부채비율 개선 효과는 5~6% 포인트 감소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자산 매각에 들어가며 재무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얼마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당장 4분기에도 손실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있어 부담이다. 일부에서는 500억 원대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100억 원대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만약 4분기에도 손실을 낸다면 이처럼 악화된 재무구조와 수익성 지표를 그대로 끌어안고 새해를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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