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제2롯데월드, 위험한 '거실취화' [thebell note]

장지현 기자공개 2015-02-13 09:18:07

이 기사는 2015년 02월 12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정래의 소설 '정글만리'에는 세계 3대 상인 가운데 하나인 중국식 부자 되는 방법이 몇 가지 소개된다. 첫째, 일단 돈을 안 쓰는 것이다. 둘째는 이익이 확실하면 만금쓰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하고 이익이 없으면 한 푼도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낄 때는 지독하게 아끼고 투자가 필요할 때는 과감히 진행하라'는 말로 압축된다.

한국에서도 중국 상인들 못지 않은 철학으로 사업을 꾸려간 인물이 있다. 바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신 총괄회장의 사업 철학은 '거화취실(去華就實)'로,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의 70년 사업 인생을 지탱해준 '거화취실'은 중국 상인들의 사업방법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예컨대 신격호 총괄 회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1년까지 수행비서 없이 혼자 한국과 일본을 오갔다고 한다. 쓸데없이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계열사의 본사 건물도 타 그룹과 달리 '실리적'인 편이다. 연 매출이 4조원이 넘는 롯데건설 본사는 잠원동의 한 상가 건물 안에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짠돌이 롯데'라는 이미지가 생겼을지언정 신격호 총괄회장은 본인만의 사업수완을 통해 성공가도를 질주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돈을 아끼고 아꼈지만, 해야 할 사업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1973년 문을 연 소공동 롯데호텔에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에 버금가는 1억 5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허허벌판이었던 잠실을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호텔이 들어선 거대한 콤플렉스로 만들어 냈다.

롯데그룹에서 각종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난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지막 숙원은 '제2롯데월드'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추구해왔던 '거화취실'과는 어딘지 거리가 멀다.

제2롯데월드는 아직 완공 전임에도 강변북로 먼 곳에서부터 화려한 외관을 뽐내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지상 123층, 지하 6층, 높이 555m의 세계 4위 고층건물로 공사비만 3조5000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외관 못지 않게 내부 인테리어도 호화롭다. 하얀 대리석 바닥 위에 올라선 각양각색의 명품 브랜드들이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문제는 각종 안전 이슈로 인해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지난해 10월 30일 개장 당시 10만명에서 올 1월 5만50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는 점이다. 제2롯데월드는 건설인부 사망사고부터 시작해 바닥균열, 영화관 진동, 수족관 누수 등 다양한 논란에 휘말렸다. 슬럼화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제2롯데월드는 실리는 없고 화려함이라는 껍데기만 남아 있다.

clip20150212022027
지난주 일요일(2월8일) 제2롯데월드 에비뉴엘동. 여전히 텅빈 곳이 많지만 카페나 이벤트 스팟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려있다.

그나마 올해 들어서부터 롯데그룹이 이인원 부회장을 주축으로 안전관리위원회 꾸리고, 지난 9일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 1회 불시 현장시찰'을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방문객 수가 소폭 반등하고 있다. 실제 지난 주말에 방문한 제2롯데월드는 전에 비해 분명 덜 한적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한적한 곳이 많았지만 카페나 오픈 100일 기념 이벤트 행사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안전 이슈가 조금씩 수그러들면서 방문객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영화관과 수족관이 아직 재오픈을 하지 않아 폭발적인 반등은 아니지만,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은 곧 실리다. 롯데그룹이 투자해야 할 곳은 제2롯데월드의 화려한 외관과 내관이 아니라 고객들의 안전이다. 제2롯데월드가 롯데그룹의 경영이념인 '거화취실'이 될지 역으로 '거실취화(去實就華)'의 사례로 남을지는 지금부터의 행보에 달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