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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쥔 공정위, 어떤 판단 내릴까 [엔씨소프트-넥슨 경영권 분쟁③]경영 참여시 기업결합 재심사… 게임업계 "합산 점유율 50% 넘어 공정경쟁 저해"

정호창 기자/ 신수아 기자공개 2015-02-16 07:42: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12일 1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 선언에 따라 양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분쟁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캐스팅보트'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가 두 회사의 기업결합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거나, 의외로 싱겁게 사태가 종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2012년 6월 넥슨재팬을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취득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넥슨코리아를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 0.38%를 추가 취득해 보유 지분율을 15.08%로 늘렸다. 이에 따라 넥슨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 승인 결정을 받았다.

국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다른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당시 공정위는 넥슨의 기업결합 신고를 '단순 지분 취득'으로 보고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의 기본은 두 회사가 '한 몸'이 됐을 때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라며 "즉 경영권이 한 쪽으로 몰려야 의미 있는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넥슨의 신고에 대한 승인 결정은 엔씨소프트 경영권에 대한 변동이나 현 경영진 대체 행위 등이 없어 두 회사를 '별개 회사'로 보고, 넥슨의 기준(15%) 이상 지분 취득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넥슨이 엔씨소프트 현 경영진을 대체하거나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는 등 계열화 움직임 등이 나타나 실질적인 경영 개입 행위가 발생할 경우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재심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에 성공할 경우 공정위는 지난해와는 달리 두 회사를 '한 몸'으로 보고 시장의 공정 경쟁 제한 여부에 초점을 맞춰 기업결합 재심사에 나서게 된다. 만약 공정위 심사에서 두 회사의 결합이 시장 집중도를 변화시켜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면 기업결합은 불허되며, 이 경우 공정위는 직권으로 지분 매각, 사업 조정 등의 시정 조치를 요구하게 된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이번 사태가 의외로 싱겁게 마무리될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 심사에서 시장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시장점유율이다. 관련 법에서는 두 회사의 기업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공정위 고시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은 통상 매출액을 근거로 산출한다.

하지만 거래분야나 해당 업종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야 하기에 이러한 기준이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는 단순히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 등의 수치로 제한성을 평가하는 게 아니고 시장 상황을 정성적, 정량적 기준에 따라 다각도에서 판단한다"며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액은 심사의 출발점이 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넥슨과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 업체의 결합 심사에 어떤 요소들을 반영해 살펴볼 지는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며 "아직은 이번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향후 변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넥슨의 경영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공정위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게임업계에서는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 시장점유율 등이 일반인들의 예상과 달리 매우 높은 수준이라 공정 경쟁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임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존재하지 않고 시장 규모를 정확히 획정하기 쉽지 않아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점유율과 영향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만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관련업계에서 체감하는 시장 점유율은 충분히 50%가 넘는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업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키스라인(KISLINE)에 등록된 국내 41개 게임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시장의 규모는 3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이 중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매출액을 합친 점유율은 51%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 한정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2조 7500억 원 수준이며,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65%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국내 게임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게임노트' 통계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의 사용시간 기준 온라인 게임 시장 점유율은 넥슨 32%, 엔씨소프트 22.88%이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54.88%로 과반이 넘는다. 게임 유통(퍼블리셔) 점유율 역시 넥슨 37.64%, 엔씨소프트 18.28%로 합산 점유율(55.92%)이 시장의 절반 이상으로 나타난다.

한 중소 게임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어떤 기준으로 시장을 획정하고 점유율을 산출하느냐에 따라 수치는 달라지겠지만,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게임업계에 초대형 '공룡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직접 개발한 게임의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중소형 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을 유통하는 퍼블리셔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어 대형사로서 국내 게임시장 전체를 쥐고 흔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들이 손잡고 대형사로 재탄생한 뒤 갑의 횡포라도 휘두르게 되면 중소형 게임 개발사들은 설 곳이 없어진다"며 "이는 창조경제와 벤처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과도 배치되므로 향후 공정위가 정확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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