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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부재' CJ·SK그룹, 해외 역점사업 '고배' APL 인수, 우간다 사업 참여 실패…사령탑 공백 여파

김익환 기자공개 2015-02-24 11:24: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23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과 SK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한 해외사업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오너 부재로 대규모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겪은 점이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APL로지스틱스 인수 본입찰에서 일본 물류업체 KWE(Kintetsu World Express)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APL로지스틱스에 눈독을 들이고 본입찰까지 참여한 CJ대한통운 입장에선 입맛만 다시고 물러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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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 좌),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우)

CJ대한통운은 2013년 설정한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의 도약'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 물류업체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세계 110여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고, 북미 지역 매출비중이 높은 APL로지스틱스는 CJ대한통운의 해외사업 확장에 딱 들어맞는 매물이었다. APL로지스틱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결성한 코퍼레이트파트너십 사모펀드(PEF) 등을 활용할 계획도 짰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SK그룹도 CJ그룹과 동병상련의 처지다. SK그룹은 2년 가까이 공들인 우간다 정유사업 낙찰에 실패했다. 우간다 정부는 지난 17일 정유프로젝트 우선협상자로 러시아 RT글로벌리소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RT글로벌리소스는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Rostec)의 자회사로 이번 입찰에 러시아 국영석유업체 타트네프트, 러시아 VTB은행, GS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SK건설과 SK KDB글로벌투자파트너십 사모펀드(PEF), 중국 최대 건설사 중국건축공정총공사(China State Construction Engineering Corporation) 등으로 구성된 SK그룹 컨소시엄은 RT글로벌리소스 컨소시엄에 이어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RT글로벌리소스 컨소시엄이 우간다 정부와 본계약을 체결하는 게 확실시 된다.

우간다 정유프로젝트는 현지 호이마(Hoima) 지역에 일산 6만 배럴의 정유공장을 2018년까지 건설하는 것이다. SK그룹은 아프리카 자원 요충지를 선점하기 위해 주력계열사와 자금줄을 동원한 총력전을 벌였다. SK건설과 SK KDB 사모펀드가 각각 이번 사업에 시공사(EPC)와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고 향후 SK에너지도 운영·유지(O&M)업체로 참여할 계획이었다. 일본 마루베니, 스위스 비톨을 비롯한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 입찰까지 올라갔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러시아 업체와의 마지막 경쟁에서 밀렸다.

두 그룹이 해외 역점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배경을 두고 오너 부재 탓이란 평가가 나온다.

APL로지스틱스는 본입찰 전까지 입찰 예상가가 1조 원을 밑돌았지만 본입찰에 다수업체가 참여하면서 1조 3000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에 부담을 느낀 CJ그룹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현 경영진이 무리한 베팅에 나서긴 다소 부담스러웠다는 평가다. 실제로 비슷한 이유로 2013년 9월 미국 물류업체 피닉스 인터내셔널 인수도 포기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있었다면 인수 금액을 과감하게 제시하는 역량을 발휘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라며 "내수침체에 직면한 일본 물류업체와 해외 물류업체 인수합병 때 빈번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 여건에서 오너 부재는 뼈아프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자원부국 경영'에 힘써온 최태원 회장이 이번 사업에 참여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평가가 있다. 최 회장은 2000년대부터 직접 자원개발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자원부국인 우간다의 입지를 감안할 때 최 회장의 유무가 입찰을 가르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것이란 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재무적 판단을 우선하지만, 오너는 전략적 판단도 재무적 판단 못지 않게 중요시하기에 사업을 더 과감하게 추진한다"며 "KT렌탈 인수 실패처럼 우간다 사업도 대주주 부재로 악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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