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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우간다 교훈' [thebell note]

김익환 기자공개 2015-03-02 09:27: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26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금융의 경쟁력은 우간다 수준이다."

정부와 언론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평가를 두고 우리 금융의 후진성을 이렇게 개탄했다. WEF는 지난해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를 세계 80위로 책정해 우간다(81위)와 엇비슷하게 평가했다. 우간다는 국내에서 후진국의 대명사로 통하고 비교대상이 되는 것 부터가 불쾌한 일인 듯하다.

하지만 2006년 유전을 발견한 뒤부터 우간다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산유국으로 입지를 굳혀가는 우간다를 두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프랑스 토탈, 영국 툴로우오일, 중국해양석유공사를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업체가 우간다에서 석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간다 최초의 정유공장 건설 사업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민간사업자가 정유 공장 지분 60%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이번 사업은 석유개발·인프라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우간다 정부는 민간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해 지난해 예비입찰자 6곳을 추렸다. 러시아 RT글로벌리소스, 일본 마루베니, 스위스 비톨, 영국 페트로팩, 중국 CPPB(China Petroleum Pipeline Bureau)를 비롯한 쟁쟁한 기업들이 예비입찰자로 선정됐다.

역시 예비입찰에 참여한 SK그룹 컨소시엄은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본입찰까지 올라갔다. 컨소시엄은 SK건설과 SK-KDB글로벌투자파트너십 사모펀드, 중국건축공정총공사, 덴마크 할도 톱소 등으로 구성됐다. SK에너지도 설비 운영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RT글로벌리소스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SK그룹 컨소시엄은 지난 17일 우선협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SK그룹은 2년여간 총력전을 펼치며 글로벌 기업과 끊임없이 경쟁했다. 우간다 정부의 요구 조건은 까다로웠고, 일정도 여러 차례 변경됐지만 SK그룹은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했다. 사업을 수주했다면 주목받는 동아프리카 자원시장에 교두보를 놓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컸다.

물론 실낱같은 희망은 남아있다. SK그룹은 RT글로벌리소스에 이어 차순위협상자로 선정됐다. 우간다 당국은 우선협상자와 60일간 협상을 거쳐 미진한 점을 발견할 땐 차순위협상자와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우선협상자가 바뀐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저유가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접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SK그룹의 공격적인 사업행보는 눈길을 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까다로운 아프리카 정부와 협상한 것도 값진 경험이다. 우간다 교훈을 밑거름 삼을 SK그룹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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