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25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임 정철길 사장이 단상 위로 나와서 각오를 보이는 시간은 없습니까"
지난 20일 SK이노베이션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이사 선임 안건 승인을 앞두고 한 소액주주의 질문이다. 주총 진행을 맡은 구자영 부회장이 "관례상 그랬던 적은 없었고,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일단락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고, 고배당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무배당 결정으로 슈퍼 주총데이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기업으로 부상했다. 덕분에 정철길 사장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이전부터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고, 주총이 끝난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 사장은 모든 질문에 대해 그저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달라"며 말을 아꼈다.
정 사장의 각오는 다른 곳에서 엿보였다. 주총이 끝난 직후 나온 SK이노베이션 공시에는 정 사장은 주식 6390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된 내용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그동안 SK이노베이션 지분 매입을 위해 약 12억 원을 쏟아부었다.
회사에 몸을 담고 있더라도 한 개인이 주식투자에 12억 원 가량을 쓴다는 건 꽤나 큰 결심이다. 더군다나 SK이노베이션은 주력인 정유사업부문이 예전과 같은 수익성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반영돼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추가적인 손실을 막기위해 이미 손절을 택했을 종목이다.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야 할 숙제를 짊어졌다. 그는 과거 소버린 사태 시절 그룹 구조조정 본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몇 안되는 인재다. 다른 SK계열사들이 50대 초중반의 CEO들을 선임하며 혁신을 노리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올해로 62세인 정 사장을 택했다. 앞으로 몇 년 뒤 사장자리를 내려놓게될 정철길 대표가 어떤 수익률을 기록할지 기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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