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4월 16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변화는 쉽지 않다. 늘 해오던 대로, 생긴 대로 사는 게 편할 뿐 아니라 결과도 예상한 대로 나온다. 하지만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때도 있다. 환경이 바뀌어서 살아가는 방식을 달리 하지 않으면 도태될 때다.국내 증권업계는 오랜 기간 브로커리지 수입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굳이 다른 부문을 개척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브로커리지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주식 매매를 위해 객장을 찾지 않는다. 온라인 매매수수료는 치열한 경쟁으로 공짜 수준이다. 수년간 글로벌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IB사업에서의 수익도 꾸준히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증권업계는 자산관리(WM)시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
삼성증권을 필두로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다수 대형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찌감치 자산관리 시장에 뿌리를 내린 증권사들은 증시 변화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 톱 클래스 증권사인 KDB대우증권이 뒤늦게 자산관리 시장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홍성국 사장은 '독보적 PB 하우스'를 모토로 내걸며 WM사업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개인연금 가입 캠페인을 벌이며 홍 사장이 직접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강도 높은 사관학교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신입사원 시절부터 전문 PB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도록 하고 있다. 투자은행 부문과의 시너지를 키우기 위해 PIB(PB+IB) 점포의 활성화도 추진 중이다.
대우증권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WM으로의 전환이 늦은 배경은 뭘까. 최근 만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이같은 변화를 주도할 구심점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우증권은 산은금융지주 계열사로 큰 변화를 주도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CEO가 재임기간 단기간 성과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보니 큰 그림을 지속적으로 그려나가기가 어렵다.
오너가 있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초창기 퇴직연금 시장을 개척할 때 대우증권은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뒷짐을 지다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 일례다. 뒤늦게 이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드라이브를 걸지만 쫓아가기가 버겁다.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높다보니 지난해까지 시황이 좋지 못할 때 대형사 중 유독 실적이 나빴다.
지금도 이같은 구조에 변화는 없다. 다만 월급쟁이 사장이 이것저것 주도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은 형성되고 있다.
증시 랠리가 지속되며 시중의 뭉칫돈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금리는 우하향하며 채권 운용에서 큰 수익이 나고 있다. 주식과 채권 양쪽에서 큰 이익이 나는 보기드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사업부서에서는 연간 목표를 달성한 곳도 나올 정도다.
월급쟁이 사장은 늘 실적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실적이 나쁘면 회사를 바꾸고 싶어도 동력을 얻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대우증권은 행운이 따른다고 보여진다.
변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 WM 사업이 대세로 굳어진만큼 정당성 또한 충분하다. 변화의 적기를 맞은 대우증권이 후발주자로서 얼마나 빠르게 선발대를 따라잡을 지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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