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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센텀시티가 증권사 지점장의 무덤인 이유는 겉모습만 화려, 주민 실질소득은 기대 못 미쳐

부산=이상균 기자/ 한아름 기자공개 2015-04-23 09:26:30

이 기사는 2015년 04월 17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센텀시티는 부산지역의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곳이다. 2006년 10월과 2010년 10월 각각 트럼프월드 센텀아파트와 대우월드마크 센텀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서울 강남을 연상케 할 정도로 도로 정비가 잘 돼 있고 고급 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반경 500미터 이내에는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점과 센텀시티 지하철역, 영화의 전당 등이 몰려있다.

이중에서도 센텀시티 아파트 상가는 증권사들의 영업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이곳에 입주한 증권사만 6개(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동부증권, 하이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다. 주민들의 교육수준도 높아 주식투자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서울 강남 거주자와 맞먹는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센텀시티 증권사 지점장들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남 지역에서 실적 1위를 달리던 모 증권사의 창원지점장이 센텀시티 지점장으로 이동한 후, 6개월 만에 퇴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센텀시티에 입주했다가 폐점한 증권사 지점도 2곳이나 된다.

심지어 부산 증권가에서는 센텀시티가 증권사 지점장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다. 이곳에 근무 중인 증권사 직원은 "모 증권사 센터장이 본사의 영업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자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모 증권사의 센텀시티 지점장은 "센텀시티의 겉모습은 서울 강남을 연상케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의 소득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센텀시티에 입주한 주민들은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직종과 중견기업의 전문경영인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반면 기업 오너의 비중은 현저히 떨어진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상당한 액수의 대출을 끼고 센텀시티에 입주했다는 점이다. 매달 대출 원리금과 이자 갚기도 빠듯해 투자할만한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입주자 중에 또 한 부류는 부산경남 지역의 기간산업인 조선기자재 업체 종사자들이다. 조선기자재 업종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때 조선업 경험을 발판삼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업체도 최근 3년간 도미노처럼 무너져버렸다. 이들 업체가 자리 잡았던 부산 녹산공단의 가동률은 지난해 9월말 기준 65.5%까지 떨어졌다. 증권사 센텀시티 지점장은 "조선기자재 업종의 불황은 센터시티 거주자들의 재무상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고액자산가들이 몰린 알짜배기 동네는 센텀시티가 아니라 동래구라는 분석이 많다. 고액자산가가 선호할만한 지역적 특성을 갖췄다고 한다. 동래구는 해안가에서 10km 가까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연령대가 높은 고액자산가들은 찬 바닷바람이 폐 관련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해안가에 거주하는 것을 기피한다. 동래구에는 숲이 많고 녹지 비율이 높아 공기도 좋다는 평을 듣는다.

증권사 본사에서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센텀시티 지점이 서울 강남 수준의 수익을 올려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간극에서 발생하는 본사의 압박 탓에 증권사 지점장들이 버티질 못하는 것이다.

센텀시티 상가에 위치한 증권사 6곳 중 가장 자산이 많은 곳은 KDB대우증권 PBClass센텀시티다. 방카슈랑스 자산까지 합치면 6500억 원이 넘는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손한균 센터장은 2011년 12월 부임해 3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임 당시와 비교해 지점 자산을 5배 이상 늘린 덕분이다. 하지만 이곳조차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손한균 센터장은 "대우증권 센텀시티도 당초 5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만 받기로 했지만 현실이 녹녹치 않자 가입 기준을 사실상 없앴다"며 "부산 사람들은 일반인들에게 문턱이 높은 PB센터라는 이미지를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증권 센텀시티에는 캐주얼 복장의 젊은 고객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는 "기존 증권사 지점처럼 브로커리지 위주의 영업으로는 센텀시티에서 버틸 수 없다"며 "IB와 PB를 결합시킨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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