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자금조달 총력전 공모채 증액, 사모채에 유동화까지…한달간 채권만 세번, 4300억 발행
황철 기자공개 2015-07-01 10:53:07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9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림산업이 채권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수요만 있다면 어떤 형태, 어떤 방식과 구조를 동원해서라도 장기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대림산업은 최근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고금리를 지불해 A급 건설사 중 이례적으로 대규모 증액 발행을 이끌었다.이도 모자라 공모채 수요예측 직전 1000억 원에 달하는 채권을 추가로 찍었다. 사실상의 은행권 장기 여신성 자금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기초자산으로 쓰였다.
대림산업은 한 달 전에도 사모채 시장에서 950억 원을 마련했었다. 7월1일 공모채 발행까지 완료하면 최근 한 달 사이에만 43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채권시장에서 마련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연간 발행액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의 악몽을 털고 1분기 흑자 전환에 에 성공했지만 위기상황에 대비해 유동성을 미리미리 확충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 수요만 있으면 무조건 빌린다? 연평균액 두배 이상
대림산업은 22일 254회차 무보증 회사채 1000억 원 어치를 발행했다. 만기 2년물로 특수목적법인인 우리한숲제일차주식회사(SPC)가 전량 인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등록하지 물량으로 시장참가자가 발행 사실을 인지하기 극히 어려운 은밀한 조달이었다.
이 물량은 발행 당일 SPC를 통해 전량 유동화됐다. 우리은행이 ABCP의 주관을 맡았고 자산관리·업무수탁, 신용공여기관으로도 참여했다. 사실상의 여신성 자금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
우리한숲제일차(SPC)는 22일 ABCP 1000억 원을 발행해 대림산업 채권을 인수했다. ABCP는 1회차의 경우 한달, 2회차부터는 3개월 단위로 자동 차환하도록 구조가 짜졌다. 마지막 9회차는 2개월물로 기초자산인 254회차 사모사채 최종 만기일인 2017년 6월22일 상환된다.
우리은행은 ABCP 매입 및 신용공여 약정을 SPC와 체결했다. ABCP의 상환재원이 부족할 경우 1000억 원 한도로 신용공여대출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사모채 발행은 대규모 공모채 조달과 절묘하게 맞물린 시점에 이뤄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림산업은 7월1일 2350억 원에 달하는 공모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수요예측은 사모채 발행 다음날인 이달 23일 실시했다.
최초 공모액은 1500억 원이었다. 이 때만해도 그간의 신인도 저하와 건설사 채권의 평판 리스크를 감안하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개별민평보다 40bp나 높게 맞춘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을 털고 1분기 턴라운드에 성공한 점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우호적으로 돌려놓았다.
대림산업은 희망금리 밴드 내에 들어온 2350억 원의 신청을 모두 유효수요로 보고 최종 발행액으로 확정했다.이로써 대림산업은 7월6일 만기도래하는 247회차 채권 1500억 원 외에 850억 원의 웃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이번 사모채 1000억 원, 5월29일 발행한 950억 원의 채권까지 합하면 최근 한달간 발행액만 4300억 원에 달한다. 2013년 2000억 원, 지난해 1800억 원 등 최근 몇 년간 연간 조달액보다 배 이상 많은 액수다.
◇ 유동성 여력 확충, 차입구조 장기화 일조
대림산업의 대규모 장기채 발행은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 발생 후 줄어든 유동성 확충과 차입구조 장기화 등을 위한 재무전략 상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향후 금리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조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림산업은 1분기 말 별도 기준 1조119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업황 저하와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 등의 영향으로 유동성 여력이 추세적으로 줄고 있었다. 대림산업은 2013년말만 해도 현금성 자산이 1조 5000억 원에 육박했다.
순차입금 증가와 만기구조 단기화도 숙제로 남아 있었다. 대림산업의 순차입금은 2012년까지 마이너스(-) 상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2013년부터 외부조달이 늘면서 플러스(+)로 전환했고 올해 1분기말 7044억 원까지 증가했다.
여전히 건설사 중 전반적 재무구조나 유동성대응능력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간 보여온 보수적 재무전략을 감안할 때 위기상황에 대비해 적정 유동성 관리에 미리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릴 만한 상황.
또 유동성장기부채를 포함한 단기성차입금도 크게 늘었다. 1분기말 1조8234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중 9476억원이 1년 내 만기도래한다. 비중으로 따지면 52%로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규모로 보면 적지 않은 수준.
고위험업종으로 분류되는 건설사의 경우 시장의 작은 충격에도 조달 여건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차입구조 관리는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의 중요한 잣대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이번 채권 발행으로 단기성차입 비중을 낮출 경우 신용관리 측면에서도 일정부분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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