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잃어가는 이태원 '외국상점 급감' 임대료 급상승, 상인들 떠나…대기업 프랜차이즈 일색
고설봉 기자공개 2015-08-05 09:46:41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4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속 외국으로 불리던 이태원 상권이 최근 제2의 성장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경리단길 상권의 성장과 대기업 자본의 상권 잠식으로 이태원 상권 고유의 정체성이 많이 퇴색했다. 최근에는 임대료가 급속히 치솟아 기존 중소상인들의 이탈도 심각하다.이태원 상권은 단순하게 보면 다른 상권처럼 역과 대로를 중심으로 대중교통의 접근 편의성에 의해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태원 상권은 다른 상권처럼 대형 집객시설이나 편리한 접근성으로 인해 생성되지 않았다. 지하철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상권은 완성돼 있었다.
초기 이태원 상권은 외국인들의 전용 공간이나 다름없던 곳이었다. 더불어 외국문화에 익숙한 이들이나 독특한 수입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 정도만 찾던 곳으로 내국인들의 소비 중심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고 글로벌 문화의 유입시차가 줄어들면서 이태원 상권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외국인 밀집지역이라는 특성이 반영된 이국적인 컨텐츠가 이태원 상권의 대중화에 기여한다. 이후 이태원 상권은 이태원이라는 독특한 장소성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특성을 기반으로 상권이 활성화 된다.
상권분석 전문가 이동열 어반에셋 이사는 "이태원은 컨텐츠 주도형 상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상권은 오랜 기간 외국인의 메카로 인식돼 오면서 외국인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 왔다"며 "그만큼 내국인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이태원 상권의 범위는 크게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녹사평역까지 이어지는 이태원로변과 이면지역이다. 그중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상권의 밀집도가 가장 크고, 상권도 잘 발달돼 있다.
이태원 상권의 진면목은 눈에 쉽게 보이는 대로보다 이면으로 깊숙하게 펼쳐있는 골목길에서 찾을 수 있다. 이면 거리에는 외국인들의 비중이 많아 그들만을 위한 상점이나 서비스업이 성업 중이다.
또한 대로변 및 이면 곳곳에 펍, 라운지바, 클럽 등이 영업 중이다. 이태원 상권은 야간 시간에 젋은이들을 유혹하는 밤 문화의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상권으로 제2의 활황을 맞고 있다.
세계 음식문화거리를 중심으로 세계각국의 전통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컨셉의 매장이나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이국식 요리들을 파는 식당들이 골목을 따라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한강진역에 복합문화공간인 블루스퀘어 공연장이 생기고 주변으로 대기업 패션매장 및 유명 레스토랑 등과 연예인이 운영하는 맛 집들이 하나둘 들어서며 상권력이 확장되고 있다. 최근 골목 깊숙한 곳까지 이색적인 인테리어의 카페, 레스토랑, 펍 등이 등장하면서 내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이 급격히 늘었다.
이 이사는 "남산자락에 위치해있어 대부분이 오름과 내림이 있는 언덕길로 이루어져 있는 이태원 골목은 자연스러운 골목상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면 골목이 새롭게 이태원만의 문화를 누리는 장소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태원 상권의 범위가 확장됨은 물론 유망한 부동산 투자처로 부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동서를 관통하는 이태원로 대로변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이국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과거 화려한 이국적 의상이나 각국의 토속 공예품 전문점, 외국인들을 위한 빅사이즈 옷 전문점 등 업종이 대부분 이었던 거리에 국내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점령했다. 유명세를 타면서 임대료가 급상승하고 대기업 자본이 상권을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상권에 특색을 입혔던 중소상인들이 떠났기 때문이다.
이태원 상권의 임대료는 최근 1~2년 사이 급격히 올랐다.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 대로변 1~2층 통매장의 경우 보증금 10억 원, 월세 4000만 원이다. 한강진역 인근 이태원로변 1~3층 매장의 경우 보증금 5억 원, 월세 3000만 원 수준이다.
이 이사는 "유명세를 떨치는 상권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임대료의 급상승으로 인한 단위매장들의 수익성 악화, 대기업 자본유입으로 인한 상권의 문화적 컨텐츠 상실, 인근지역에 부각되고 있는 경리단길 상권의 성장 등은 이태원 상권 퇴색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대차그룹 CEO 성과평가]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전동화·전장·비계열’ 다각화 통했다
- [새판 짜는 항공업계]다크호스 이스타항공, 항공업 판도 바꿀까
- [새판 짜는 항공업계]비상 날개짓 이스타항공, 더딘 경영정상화 속도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진에어, 한진칼 통합 LCC 주도권 ‘이상무’
- 체급 키우는 에어부산, 펀더멘털 약점 극복
- [새판 짜는 항공업계]슬롯 지키기도 버거운 이스타항공 '영업적자' 감수
- 티웨이항공, 장거리 딜레마...3분기 이례적 손실
- [CFO Change]기아, 내부 출신 김승준 상무 CFO 발탁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회장 부활' 성과보상 특급열차 다시 달린다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혁신·파격·미래' 2018년 대규모 인사 데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