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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매각협상 장기화 조짐 "협상기한 정하지 않아"…채권단 100% 동의도 변수

안경주 기자공개 2015-08-13 10:16: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2일 2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 매각은 장기전을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12일 채권단 회의를 끝내고 나온 금호산업 채권단 관계자의 말이다. 새로운 협상가격이 나오지 않은데다 협상기간도 정하지 않아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채권단 회의를 열어 금호산업 매각협상에 대한 경과보고를 했다. 이날 회의는 22개 채권금융기관(의결권 기준 97%)이 모여 한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선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그간의 협상 내용을 알려주는 자리였지만 매각 협상의 장기화에 대한 분위기도 감지된 자리였다. 채권단 같은 관계자는 "협상가격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정한 최종 가격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채권단과 박 회장 간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측이 제시한 가격 차는 크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을 주당 5만9000원에 매각하겠다고 박 회장에 통보한 바 있다.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도출한 금호산업의 적정 주가 3만1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90%를 붙인 가격이다. 반면 박 회장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 10%를 붙인 주당 3만5000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을 둘러싼 여러 조건을 볼 때 장기화 조짐이 커지고 있다"며 "채권단 내에서 구체적인 협상가격이 나오기 전까지 매각이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매각 장기화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매각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정작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다음달 말까지 가격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다 산업은행이 향후 헐값 매각 및 특혜 시비 등에 따른 감사원 감사나 국회 국정 감사 등을 우려해 채권단의 100% 동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지적된다. 22개 채권금융사와 18개 재무적투자자(FI) 중 한 두 곳만 반대해도 가격 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협약상 75%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최종 가격을 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금호산업 매각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을 구사주가 되찾아 가는 최초의 거래라 매각 이후의 논란과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채권단 100% 동의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협상가격을 조정해 신속한 매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매각하는 입장에서 높은 가격에서 매매가 될수록 좋지만 현재의 가격(주당 5만9000원)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며 "협상이 장기화되면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회계법인 실사에 적절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산업은행이 9월 이후에나 최종 가격을 제안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희망 가격 차이가 여전하다면 협상은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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