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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구조조정 1년, 재기는 언제쯤 [그룹조달&신용이슈]'빅배스' 여파 여전, 단기 영업현금창출력 회복 '불투명'

신민규 기자공개 2015-09-23 10:15:16

이 기사는 2015년 09월 21일 1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1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 시계제로 상황에 빠진 이후 올해는 반드시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빅배스의 충격을 벗어났다고 단언하기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원가율 변동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추가적인 실적 저하 가능성도 농후해 당분간 신용등급 하향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룹내 핵심 주력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지원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금융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도 강등되는 등 그룹내 전반적인 자금조달 능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구조조정 성과 언제쯤…현금창출력 저하, 신용도 추락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조선·기계부문이 총자산의 80%로 그룹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총매출 역시 51%로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라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권오갑 사장이 '구원투수'로 자리에 올랐다. 이후 1년째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는 평이다. 지난해 취임 한달만에 임원의 31%를 줄였다. 올초에는 13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중복업무 및 적자부서의 통합도 진행됐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그룹내 3개 조선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했다. 적자사업부였던 해양사업본부와 플랜트사업본부를 합치기도 했다. 모두 인원 축소와 중복업무 통합을 통해 관리비용 절감과 영업효율성 개선을 위한 시도였다.

권오갑 사장은 올해 하반기에는 반드시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여건이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외려 노조가 지난해 19년 무분규 기록을 깨고 파업을 벌이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당장 현대중공업은 2분기에만 매출 11조9461억 원, 영업손실 1709억 원, 당기순손실 242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2% 가량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1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영업손실만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 발생이후 단기적으로는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매출액대비 영업이익은 2010년 14.8%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 -6.2%까지 떨어졌다. 조선, 해양, 플랜트 등 사업 전반에서 저가 수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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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연결기준 수익성(자료 : 한국신용평가)

구조조정 1년의 성적표로 받아쥔 것은 신인도 하락이다. 지난 5월 정기평가로 대대적 점검을 받은 지 3개월만에 계열 조선 3사의 신용도가 줄줄이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월 수시평정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강등시켰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변경했다. 한기평과 NICE신평은 기존 AA-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아 중단기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선제적 손실 반영으로 추가적 부실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실적 부분에서 또 한번 시장에 실망감을 심어준 영향이 컸다. 적어도 손실 발생 사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빅 이슈어 입지는 아직 '굳건'

물론 그렇다고 글로벌 조선그룹이 가진 저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아직까진 공모채 조달 시장에서 빅 이슈어(Issuer)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인도 하락에 앞서 진행한 두 차례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7월 실시한 3000억 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750억 원의 기관 수요를 확보했다. 발행 금액은 4050억 원으로 증액됐다. 당시 2년물을 제외하고는 3년물과 5년물 모두 오버부킹됐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표면화되면서 회사채 수요예측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결과라는 평가다. 국내 조선업종이 모두 최악의 구간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현대중공업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줬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앞서 지난 2월 실시한 3000억 원의 회사채 수요에측에서도 5700억 원의 기관자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3년물을 비롯해 5, 7년물과 같은 장기물도 모두 계획대로 소화됐다.

다만 A급으로 신인도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공모채 조달이 원활할지는 미지수다. 추가적인 부실이 발생할 경우 시장의 신뢰감을 잃어 빅 이슈어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重, 계열사 지원능력 약화 '발목'

현대중공업의 계열사 지원 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되면서 계열사의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각각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떨어졌다.

금융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신인도 역시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하이투자증권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0로 낮췄다.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최우량 수준인 A1에서 A2+로 강등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유동화시장에서 영업을 크게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자체 영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등급 하향조정은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최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의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지원가능성이 약화되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1000억 원의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의지가 재확인 된 셈이었지만 유사시 지원주체인 현대중공업 계열의 재무안정성 및 신용도가 미치는 부정적인 변수가 더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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