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05일 0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올해 언론에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린 재계 오너를 꼽을 때 두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서경배 회장은 올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 부자 1위로 올라서면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로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두 사람을 주목할 만한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재벌 오너로서는 흔치 않게 대중 앞에 나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밝히고 위기를 극복해 냈다는 점이다.
지난달 9일 서경배 회장은 경기도 오산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간담회에 참석해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의에 밥도 거르며 2시간 가까이 답변을 했다. 일반적으로 기자간담회에서는 30여 분간의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오너가 참석하는 경우 질의응답 시간은 이보다 더 짧거나 아예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인 피부관리 노하우에서부터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확장 전략, 경영권 승계문제, 에뛰드 실적 부진과 같은 뼈아픈 질문에 대해서까지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서 회장의 진솔함은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가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를 반등시켰다. 5월 8일 액면분할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7월 2일 44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부터 하락을 거듭하더니 간담회 하루 전인 9월8일에는 32만500원으로 2달 사이 28% 떨어졌다. 하지만 기자간담회가 열린 당일부터 주가가 반등하면서 현재는 39만6500원 선까지 회복했다. 업계에서는 이날 서 회장이 특히 중국 경기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에 대해 충분히 입장을 밝히고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주가 반등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 역시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참석해 파국으로 치닫던 롯데그룹의 위상을 일으켜 세웠다. 신 회장은 특유의 일본 억양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의원들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했다. 그는 가족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롯데그룹의 다양한 문제점을 꼬집는 질문에 대해 연신 "죄송하다"며 "개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롯데그룹 최정점에 있는 계열사 광윤사의 지분율을 공개했고, 호텔롯데 상장 이후 장기적으로 일본측 지분을 50% 이하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며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5시간 동안 국감 증인석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신 회장의 노력이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과 서경배 회장, 두 사람이 처했던 위기의 정도와 질에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해결책은 같았다. 두 사람은 최고경영자이자 오너로서 스스로 전면에 나서 사태 진화에 나섰고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위기의 순간 결국 총대를 매야 하는 사람은 오너다. 그 동안 언론에 비춰진 우리 사회의 오너들은 유독 책임을 져야 할 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의혹은 커졌고 비난은 거세졌다. 권위가 없는 책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위도 있을 수 없다. 경영일선에 뛰어들어 '총수(總帥)'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책임지는 것에 익숙해 져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두 회장 처럼 문제 제기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할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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