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14일 10: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거쳐 부과된 추징금을 두고 불복절차에 들어갔다가 최근 '기각' 결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SK C&C(현 SK㈜C&C)에 IT 서비스 용역을 맡기면서 수년간 과도한 단가를 지불한 것으로 판단해 부과한 추징세였다. 여타 계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잇따랐을 것으로 보여 여파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계열사 SK C&C로부터 장기간 받아온 IT 아웃소싱 용역 비용이 문제가 됐다. SK C&C에 과도한 용역 가격을 지불했던 게 발목을 잡았다.

이는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SK그룹 계열과 SK C&C의 거래를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것과 비슷한 경우였다. 공정위는 SK C&C가 외부 회사와 거래한 고시단가보다 20% 이상 높은 단가에 용역을 적용해 특혜를 몰아줬다며 SK그룹 계열들을 상대로 약 347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공정위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취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가 불공정거래로 판단한 근거인 객관적 용역단가를 제시하지 못했고, SK C&C가 계열사들에 적용한 단가가 현저히 유리한 가격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결과였다. 현재 사건은 공정위 측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국세청은 이를 두고 SK이노베이션과 SK C&C의 거래가 불공정하게 단가를 조정한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그룹 계열들이 SK C&C에 장기간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편파적으로 몰아준 것이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먼저 국세청은 2008년 1월 1일 이후 국내 SI 업체들은 인건비 단가 산정을 할 때 계열회사뿐 아니라 외부 고객에게도 고시단가를 제시하고 여기에 할인된 가격을 적용해 거래를 해왔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 SK C&C는 비슷한 시점부터 외부 고객에게 고시단가의 63.3%~91.5% 수준의 인건비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에는 할인이 전혀 없이 고시단가에 그대로 맞춰 용역비를 받았다.

국세청은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더욱 장기간의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외부 고객들보다 할인가를 더욱 많이 적용해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3~4년에 그치는 외부 고객들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10년에 달하는 장기 용역 계약을 맺고 있었다. 여기에 일반 외부 업체 용역과 달리 투입 인력과 서비스 항목의 수도 월등히 많았음에도 할인가는 전혀 책정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장기간 SK C&C와 거래에서 불합리한 추가 비용 발생으로 SK이노베이션의 수익 역시 그만큼 감소한 것으로 봤다. 그동안 납부한 법인세 역시 이로 인해 축소된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금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를 두고 추징금을 통보받은 SK이노베이션은 세금을 전액 납부한 후 곧바로 조세심판원을 찾아 불복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1년여간 불복절차를 진행해온 조세심판원은 최종적으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특수관계 계열들에 적용한 고시단가가 제 3자의 거래 대상에 적용한 가격과 비교해볼 때 객관적이고 정당한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공정위 건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세법과 공정거래법은 다른 법리적 해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동일한 사안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과 SK C&C의 거래단가 논란이 단지 양사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란 점이다. 공정위가 과거 SK C&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을 부과한 계열만 봐도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T, SK에너지, SK건설, SK네트웍스, SK마케팅앤컴퍼니, SK증권 등 SK그룹 계열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이들 역시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한 시기 국세청으로부터 SK C&C와 관련된 추징금을 잇따라 받았을 수도 있다.

조세심판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말 행정소송에 돌입한상태다. 법인세에 이의가 있는 과세대상자는 과세전적부심사, 이의신청, 심사 및 심판청구 등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관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관련 소송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맺게될지 여부가 거론된다. 고등법원의 판결처럼 원심을 뒤집고 불공정한 거래가 아니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국세청 추징금 관련 소송 역시 SK그룹에 유리하다. 물론 대법원이 반대의 결론을 내릴 경우 추징금을 돌려 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