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주-신동빈, '프레임 싸움' 시작됐다 '형제간 다툼'서 '부자간 다툼'으로 프레임 바뀔지 관심
장지현 기자공개 2015-10-19 08:43:56
이 기사는 2015년 10월 16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치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인 '프레임(frame)'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틀을 의미한다. 프레임이론의 요지는 전략적으로 잘 짜인 담론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해내는 쪽이 승리를 이끌어 내며 상대의 프레임에 말려들어가는 쪽은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연초부터 재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관전포인트 역시 결국 누가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 내느냐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롯데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군과 한일 양국간 연결된 지배구조의 특성상 국민 여론이 상당히 중요하게 부각돼 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일관적으로 이번 경영권 분쟁을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다툼'으로 규정해 왔다. 반면 최근 신동주 회장 측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다툼'으로 경영권 분쟁의 틀을 바꿔나가고 있다. '형제간 다툼'을 '부자간 다툼'으로 확장시켜 본인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유교문화가 깔려 있는 한국사회에서 '아버지 신격호에게 반기를 든 차남'의 프레임은 신동빈 회장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신동주 회장이 이끄는 SDJ코퍼레이션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필 서명이 담긴 통고서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집무실 배치 직원 해산 및 CCTV 철거 등 여섯 가지 사안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통고서에서 신 총괄회장은 "본인의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하거나, 감시요원의 즉각 해산 및 CCTV의 즉시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이를 본인에 대한 불법 감금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불응하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광윤사 이사회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회장에게 광윤사 주식1주를 매도하는 매매 계약이 승인됐다. 이를 통해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확보했다. 신동주 회장은 이를 통해 광윤사가 소유한 롯데홀딩스 지분 28.1%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지지를 공식화 했다. 아울러 절묘한 시점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대중에게 '신격호 총괄회장이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 8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신동주 회장은 자신의 입장보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입장을 부각시켰다.
그는 "동생인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며 "이는 그룹의 창업주이자 70년간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를 일방적으로 내쫓은 인륜에도 크게 어긋난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괄회장은 격노하고 또한 매우 상심하여 총괄회장 본인의 즉각적인 원상복귀와,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총괄회장은 저에게 친필서명위임장을 주시면서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동주 회장은 일관적으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아들 신동빈 회장'간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때문에 아버지와 끝까지 척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신동빈 회장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밝히면서도 건강상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해왔다. 이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동주 회장 지지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 11일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께서 일본에서 번 수익을 고국에 투자 하겠다는 일념으로 설립해 오늘에 이르렀다"며 "아버님께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은 지속적으로 한국 롯데에 재투자했다"고 밝히는 등 수차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밝혔다.
동시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상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냈다.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 등에 보낸 자료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만 94세의 고령으로 인해 기억력, 판단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이처럼 아버지와 싸움을 피하면서 '경영능력'과 '롯데그룹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러한 전략은 반(反)롯데로 치닫던 여론을 잠재웠다.
프레임이론에 따르면 주도권을 갖고 있는 프레임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기존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은 '아버지와 아들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이 기존에 만들어온 '무능한 신동주 회장과 유능한 신동빈 회장 간 경영권 다툼' 프레임을 어떻게 지킬지가 향후 여론전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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