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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박삼구 회장 자금지원 왜 주저했나 공식 요청 없고 손실 회사에 재투자 어려워

안경주 기자공개 2015-11-06 18:43:50

이 기사는 2015년 11월 06일 1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자금 조달계획에서 시중은행의 이름이 모두 빠졌다.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참여가 예상됐지만 박 회장측에서 은행권 차입을 배제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금호산업에 대한 투자로 손실이 발생했던 은행들 역시 투자를 꺼렸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수금융 참여가 무산됐다는 분석이다.

금호그룹은 6일 금호산업 인수대금 7228억 원에 대한 조달계획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계획서에 따르면 코오롱, 효성 등 10여곳의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고 나머지 자금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인수금융 규모는 3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금융에 참여하는 금융회사의 리스트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유력한 조력자로 꼽히던 은행들도 인수금융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박 회장 측에서 적극적으로 은행권에 인수금융 참여를 요청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은행권 차입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우리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 측에서 (인수금융 참여에 대해) 공식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 인수금융을 담당할 주요 은행들도 구두로 검토 요청을 받았지만 공식적 요청은 대부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박 회장측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한 경우도 있었다. 은행권 IB 임원은 "(금호그룹에) 인수금융 지원을 제안했지만 3~4개월 전부터 확정된 솔루션이 있다고 말해 왔다"며 거절 의사를 보였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은행권의 인수금융 참여를 배제한 것은 금호산업 워크아웃과 매각과정에서 불편한 관계가 유지됐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호산업 대출에 대한 출자전환과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박탈 등에 따른 불편함을 박 회장이 느꼈을 거 같다"며 "한 번 관계가 틀어졌던 은행권보다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에 더 관심을 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들 역시 손실 트라우마에 발목을 잡혀 쉽게 인수금융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속한 매각을 전제로 손실을 추가로 감내해 은행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호산업 투자로 인해 손실이 난 상황에서 또다시 투자를 결정하지 못한다"며 "이번 매각과정에서 은행들이 손실을 감내하고 연내 매각을 추진했다는 점도 인수금융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은행의 여신관리 정책이 강화 추세에 있다"며 " "워크아웃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많이 낮아진 점도 인수금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달 금호산업 지분(50%+1주)을 인수하기 위해 '금호기업'을 설립했다. 박 회장은 계약에 따라 올 연말까지 채권단에 거래대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기한을 어길 경우 거래대금의 5%에 해당하는 361억 원을 위약벌(계약 해지에 따른 벌금)로 물게 된다. 잔금 납입 기한은 12월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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